1월, 당신의 추천도서는?
지난 토요일, 妻家 친척어른이 喪을 당하여 조문하러 가는 길이었다.
혼자 가는 길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운대에서 신평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가는 도중에 왼쪽 발이 없는 앳띈 장애인 청년 한 명이 승차했다.
큼직한 가방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목발을 짚은 채 전동차 안에 들어선 그는 가방에서 색볼펜셋트를 꺼집어 내었다.
지하철을 타다보면 오랬동안 물건을 팔아온 베테랑 장삿군이나 능란한 언변을 지닌 장삿군들을 적쟎이 보게된다.
강매하듯 고압적으로 승객을 대하는 이들, 알아듣던 말던 장황한 설명을 곁들이며 승객들에게 하나씩 건네 주었다가 걷어가는 이들, 불우한 처지를 읍소하듯 반동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그런 부류의 장사치들과는 달리 조용한 차내에서 나직히 말문을 열었다. 색볼펜 5자루가 한 세트인 상품들을 한 웅큼 쥐고서 승객들에게 말하였다.
"3가지 색깔 볼펜 5자루가 1,000원입니다. 간단 명료한 이 한마디 말만 하고선 승객들 앞을 느리고 불편한 걸음으로 지나갔다.
그 청년만한 자식들이 있을 지긋한 나이의 승객들이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다가 돈 천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나도 돈 천원을 꺼내 들었다. 불편한 몸으로 물건을 행상하는 이 청년에게 동정이 더 갔던지 물건을 구매한 승객들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 다가가 물건을 도로 집어 넣어 주었다.
다른 승객들도 따라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본 청년은 이내 물건을 팔고서 받아 두었던 천원짜리 지폐들을 꺼내어 들고선 그들 승객들에게 다가가 잠시 고개를 숙이며 일일이 도로 돌려주었다.
물건을 구매한 후 물건을 돌려 주었던 승객들이 당황해 했고 차내의 나머지 승객들도 이 광경을 의외인 듯 일제히 응시하였다.
가방을 챙겨 다음 역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불편한 몸으로 서있는 청년의 뒷모습에서 알 수없는 감동이 잔잔하게 묻어 나왔다.
볼펜을 3개나 샀던 한 중년부인이 청년에게 부끄러운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총각, 미안해요. 다른 뜻이 있는게 아니고..." 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다시 가방속의 볼펜들을 집어 들었다.
모두가 그 청년의 진심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알아 차리고 물건들을 집어 들기 시작하였다. 나 역시 그 대열에 끼워들려고 작심했으니 부끄러웠다.
남의 재물을 탐하거나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며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자들이 득실대는 이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비록 한발이 없는 장애인이지만 도움과 값싼 동정을 식별할 줄 아는, 비장애인 못지않은 건강한 정신과 밝은 모습을 지닌 그 청년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모습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