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5
서머셋 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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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회사원이자, 말없이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정에 본분을 다하던 가장이었던 아주 평범한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느날 돌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테니 더 이상 자신을 찾지말라는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겨놓고는 파리로 떠나버린다.  이에 찰스 부인의 부탁을 받아 그를 설득하러가는 나는 스트릭랜드가 호화로운 호텔에서 젊은 여자를 끼고 희희낙락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며 분개하지만 스트릭랜드가 너저분한 모습으로 다 무너져가는 호텔 방 안에서 그림면서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파리로 왔을 뿐이며 아내나 자식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과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그에게 놀란다. 그 후로 '나'가 묘사하는 파리에서의 스트릭랜드의 생활은 평범하다하기에는 너무나 비범하고 비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지독하다.

그는 잘 먹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먹으며 그를 천재라 칭찬하며 식사를 대접하고 친절히 대해주는 '나'의 친구 더크 스트로브에게 스트릭랜드는 고마워 하기는 커녕 그를 바보라고 놀리며 무시하고 나중에 가서는 그의 사랑하는 아내까지 빼앗아 결국에는 얼마 안가 그녀를 버리고 떠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다.                                                           
아내의 배신과 죽음에 스트로브는 충격에 빠져 아내와 스트릭랜드가 살던 아파트를 찾아갔다가 스트릭랜드가 그린 아내의 나체화를 보고는 그것을 찢어버리려 하지만 그 그림의 위대한 천재성 앞에서 무릎끓고 차마 찢지못한 채 파리를 떠난다. 한편 스트릭랜드를 만나 그가 스트로브에게 행한 지독한 일에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시는 그를 보지않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몇년 후 스트릭랜드가 죽고 생전에는 한장도 팔리지 않던 그의 작품들이 엄청난 고가에 예술계를 종횡무진하게 되었을 때 스트릭랜드가 죽었다던 아이티의 섬을 찾아가게 된다,

'나'는 그곳의 주민들로부터 스트릭랜드의 비범하고 광기어린 말년을 듣게된다. 스트릭랜숲 속의 오두막에 들어가 그림만 그리며 살았으며, 후에 나병이 걸려 원주민 아내인 '아야'를 제외한 누구도 그의 근처에 오지 않았던 죽기 전까지의 마지막 몇 년동안 그의 혼신을 담아 오두막의 벽면에 그려낸 마지막 작품이 유언에 의해 끝내 불태워졌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그 최후의 작품을 보지못한 것에 애석해하며 그 작품을 유일하게 본 노의사를 찾아가 그림은 그저 숲속에서 사냥을 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이었지만 그 것은 마치 대자연의 진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나서 '나'는 의사의 안내로 스트릭랜드의 마지막 작품들 중 하나인 과일정물화를 보게 되는데 그림 속의 과일에서 '두려움'을 느끼고는 마침내 스트릭랜드의 인간적인 면을 잊고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며 무릎을 끓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 보다는 그의 극악한 인간성에  더 비중을 두었던 탓인지 그가 반 미치광이 화가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번째로  읽었을 때는 스트릭랜드가 아무것도 먹지 못해 앙상하게 마른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말년에 나병에 걸려 온몸이 문드러지는 고통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더 크게 클로즈 업 되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예술관을 느낄  수가 있었다. 평범한 인생을 떠나 자기몸의 안락함과 즐거움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비범함을 찾아 그림을 그리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이 자신의 귀를 잘라가면서까지 그림을 그린 고갱과 비슷한 것처럼 예술은 그 작품만 접하는 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아름답고 위대한 것일 줄은 몰라도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예술만큼 뼈를 깍는 고통과도 같이 괴로움을 감수하기도 한다. 어쩌면 작가는 그저 예술의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에만 빠져 그것에 도전하려는 자들에게 선지적 경고를 하려 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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