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은 촌스러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깨달음을 진심으로, 쉽게, 쓰는 것이 진짜 작가.

공지영은 왠지 모르게 좀 촌스러웠다.

현상이나 세계를 받아들이고 포장하는 시각이 세련되지 못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그녀의 작품은 항상 3류 신파소설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었던 것 같다. 

그녀의 외침,

여러분! 슬프지 않아요?

이 사람들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마음 아프지 않아요? 는

그녀의 열정적인 노력에 반해

하품만 나오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

남는 건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라는 심드렁함.

최소한 그랬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까지.

우연히(아니 필연적으로) 우행시 라는 영화를 봤고

원작소설이 더 좋다는 얘기를 듣고

공지영?= 촌스러움? 이라는 생각에 막연히 읽었는데

이건...손을 뗄 수 없는 거다.

윤수의 삶에 가슴이 미치도록 아프고

영화에서는 그리 어린애같던 유정의 아픔이 새록새록 전해져왔다.

이 소설은 '사형제도의 존폐'와 같은

제법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옳다, 그르다를 강요하지 않는다.

물론 작가는 "廢"를 원하고 있지만

소설에서 보여준 건 사형수들 각기 그들의 사정과

그들도 인간이라는 당연하면서도 왠지 꺼림직한 진실을

맞딱뜨리게 한다.

소설의 말미에 가선 엉엉 울었다.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아픈 가슴을 누르며

눈물을 삼킬 필요가 없었다.

이후 찾아온 카타르시스.

이런 걸 신파라고 하나?

누군가는 역시 신파라고 혹평을 했지만

이런 신파라면 좋다.

전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1%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신파건 아니건 그게 뭐 중요하랴.

이번에야말로 공지영의 촌스러운 외침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