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조 1
박무직 지음 / 아선미디어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좀더 큰 판형으로 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여성의(성판매 여성의) 나체가 더없이 아름답고 섹시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판매 여성의 입장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고민하겠다는 의도로 그려졌지만, 성적으로도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여체의 묘사가 너무나 훌륭하다. 그런데 그 점 때문에 작품의 본래의도는 퇴색되었다. 성적인 풍부함(그 풍부함은 물론 성구매 남성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을 위한 몸의 노출은 부조리한 세상을 몸을 팔며 생존해야 하는 성판매 여성의 고뇌와 합치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만화가 사회과학 서적이 아닌 한 그 불합치가 비난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작가가 일년간이나 고민해서 만들었다는 '강간씬'을 박무직 자신은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 허나 여성들 중에 이 강간씬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폭력적이지만 성적 쾌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폭력적으로 묘사되었고 피해자가 얻어맞는 소리와  비명을 지르는 말풍선도 많다. 강간을 성적쾌감의 요소가 아닌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악스럽다.

원작인 영화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만화는 잘 만든 만화다. 소수자에 대한 박무직의 애정과 문제의식도 높이 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 만화에서 이 만화가 문제화하지 않은 다른 부조리와 현실의 문제들을 발견한다. 그것은 소수자인 나의 문제의식이며,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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