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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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 이름은 빨강’ ‘순수박물관’ 등으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민음사)는 그가 하버드대학교 ‘찰스 엘리엇 노턴’ 강연에서 진행한 강연록이다. 그는 스탕달에서 도스토옙스키까지, ‘천일야화’에서 ‘안나 카레리나’까지 캐릭터, 플롯, 시간, 단어, 그림, 사물 그리고 중심부 찾기에 이르는 소설 창작의 비밀을 들려준다.

이 가운데 소설 중심부 찾기가 이 책의 핵심이다. 중심부는 처음 작가로 하여금 그 소설을 쓰도록 이끈 직감, 사고, 지식 등이다.

결국 소설 읽기란 진짜 중심부와 진짜 주제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작업이라고 파묵은 강조한다. 걸작 소설은 독자에게 중심부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묻게하는 작품이다. 파묵은 보르헤스가 <모비딕>의 중심부를 찾는 과정을 들려준다.

“처음에 독자는 소설의 주제가 고래잡이들의 고단한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중에는 고래를 추적해 파멸시키려는 에이햅 선장의 광기가 주제라고 생각한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야기는 방대해지면서 어떤 우주의 차원에 이르게 된다.”

책을 한창 읽다보니 나의 학창 시절, 한창 소설을 집필하고자 열정적으로 소설을 써내려갔던 지날날들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좋은 소설을 쓰리라 다짐했던 장면을 회상하고 많이 공감이 되었던 구절이 이렇다.

" 소설 읽기는 한편으로는 등장인물 각각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가며 전체 풍경 속에서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조금 전 창밖으로 보았던 풍경속에 있다. 산이 보이고, 강물의 차가움과 숲의 향기도 느껴진다. 다른 주인공들과 이야기하면서 소설 속 세계로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소설 언어는 서로 동떨어져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하고, 주인공의 외면과 머릿속을 하나의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준다."

정말 멋진말이 아닐수 없다. 한창 소설창작에 열정을 갖고 있을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많은 게 달라져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중심부는 삶에 관한 심오한 관점, 일종의 통찰입니다. 깊은 곳에 있는 실재 또는 상상의 신비로운 어떤 지점입니다. 소설가들은 이 지점을 탐색하고 그곳이 함축한 바를 찾아내기 위해 소설을 씁니다. 우리는 소설들이 이러한 정신에서 읽히리라는 것도 압니다."

항상 소설을 읽을 때 읽고 있는 소설의 중심부는 어디에 있는지, 먼저 중심부를 탐색하는 작업이야말로 진정한 소설읽기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새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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