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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기다려졌던 긴다이치코스케 시리즈가 나왔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 빠지고 보니 특유의 으스스함과 스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는것같다. 예약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덥석 주문버튼을 눌러버릴 수밖에 없었던건 역시나 긴다이치코스케의 매력 때문이랄까?
이번 작품 여왕벌도 외딴섬 월금도가 배경이 된다. 옥문도나 악마의 공놀이노래의 귀수촌 등이 그랬듯이 요코미조세이시 특유의 고립된 장소가 배경이다. 하지만 옥문도를 읽으며 도입부에서 약간 지루함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여왕벌은 도쿄의 호텔과 월금도를 드나드는 배경의 설정으로 다소 현대적이어서 오히려 옥문도보다 내겐 더 재밌게 느껴졌다.
(스포없음) 섬에서 자란 아름다운 도모코가 18살이 되면 도쿄의 양아버지에게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내용은 겉으로는 아름다운 아가씨와 여러명의 구혼자, 그들이 벌이는 치열한 암투 정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월금도에서 있었던 도모코의 어머니와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 그리고 그것의 연장선이다. 호텔 연회장에서의 모습이나 현대적인 모습의 도모코, 호텔 시계탑에서의 살인과 수련 도장에서의 살인 등 공간을 뛰어넘는 살인사건들은 초반의 약간의 무료함을 달래줄만큼 흥미로운 전개였다. 글쎄 사실 트릭 같은건 딱히 뛰어난 걸 모르겠는건 사실이다. 자꾸 옥문도 쪽과 비교하게 되는데, 옥문도는 트릭 쪽이 정교했다면 이번 여왕벌은 내면의 동기 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끝에 범인을 밝힐 때도 트릭을 조목조목 따지기 보다는 범인의 내면과 숨겨진 사실 등 동기 쪽에 많이 치우쳐 있다. 사실 드라마를 보았기 때문에 범인이나 범행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드라마보다는 소설 쪽이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긴다이치 시리즈 팬이라면 당연히 알고있겠지만, 역시 이번 사건에서도 긴다이치 코스케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한다. 뭐.. 사건이 다~~~끝나고 나서야 범인을 밝히는건 그의 특기지만 이번에는 본인도 민망했던지,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쪽을 의심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팔묘촌에서도 똑같은 변명을 하더니만 사람들이 다 죽고 나서야 첨부터 의심하고 있었다니ㅋㅋ 그래도 이 더벅머리의 매력적인 탐정 덕분에 요코미조 세이시 시리즈를 읽게 되니 미워할수도 없는 캐릭터다. 560페이지 가량의 방대한 양이지만, 책을 빨리 읽는 나로서는 역시나 아껴 읽어야만 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옥문도보다 더 재미있었고 술술 읽혀나갔던 작품이다.
그리고 번역도 굉장히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좋았다. 시공사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모두 정명원 이라는 번역가분이 번역하셨던데, 각주도 깔끔히 잘 달아주셔서 오래된 작품에 대한 이해가 쉬웠고 딱딱하기 쉬운 번역체 말투도 매끄러워서 보기 좋았던것 같다. 계속 같은 분이 번역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