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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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만드는사람 #마윤제 #특별한서재

 

파타고니아, 바람, 가우초, 웨나, 네레오 코르소. 그리고 삶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정. 책을 읽다 보니 <파타고니아>라는 책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고원지대에 부는 바람들을 상상해 본다.

 

P33.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마음이 공허한 이유는 무엇일까. 광막한 고원으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이 그에게 어떤 위안을 주는 걸까.

 

네레오는 가우초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 운명은 어린 아이에게 너무도 가혹한 과정이었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텅 빈 마음 안에 공허함을 뿌리칠 수 없는, 그리고 공포와 분노와 슬픔이 범벅된...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불안들을 가슴에 앉고 시작된 운명이었다. 삶 속에서 굳은살이 붙고, 감정을 누르는 법을 배웠지만, 그의 긴 여정은 붙들 것이 필요한, 내가 누구인지 찾아야 하는, 공허함을 대신할 것들이 필요한 시간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P189.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러나 이제 얼굴조차 잊어버린 어머니를 다시 만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오리혀 혼란만 가중될 것이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용서하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넉넉한 가슴으로 품어줄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네레오에게는 그것이 더 큰 상처였고 슬픔이었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바람의 공포에서 시작된 울음이 3일이 지나고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자 나이든 가우초는 네레오에게 바람을 다스리는 웨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상상이었을까.. 진짜였을까.. 운명처럼 만난 웨나를 찾는 그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삶의 존재일까, 경계선 밖의 존재일까.

 

P109. 네레오는 여정에서 웨나의 초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다정했지만 이기적이었고, 관대했으나 비열했고, 기품이 있었지만 탐욕스러웠고, 열정이 넘쳤지만 우둔했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 결여되어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네레오는 찬란하게 빛나는 불빛은 그 밝기만큼의 어둠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갔다.

 

인생의 대부분을 여행하며 그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삶에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정리했을까. 웨나의 존재가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지나고 보면 그가 겪는 의문은 우리 모두가 가진 의문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쫓는 삶을 사는지, 어떤 가치를 지닌 삶을 사는지.. 삶의 한계점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네레오가 그 긴 시간 동안 원하는 답을 찾았길 바란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은 평안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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