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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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뜻대로 삶을 끝낸 사람들이 천국과 지옥도 아닌 중간 지점에 모였다. 어쩌면 지옥에 가깝겠다. 추워와 배고픔을 막을 수 없고, 얼었다 녹았다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며 끝없이 머물러야 하는 곳이니까. 이 곳에서 나가 심판을 받으려면 오디션을 봐야 한다. 죽었는데 봐야 하는 오디션, 통과하기가 너무 힘든 오디션. 열 번 동안의 기회.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삶이 끝난 주인공 나일호. 그도 그곳에 있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지 않았는데 그 곳에 있게 된 나일호. 아직 오십팔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오류가 발생했다. 그 곳의 길을 막고 오디션을 주관하는 마천과 사비는 자신들의 실수로 발생한 오류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죽은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가슴 아픈 이야기부터 황당한 이야기까지. 처음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된다.

 

P58. 너희들은 착각을 했다. 너희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되고 안락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단숨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 착각으로 멍청한 선택을 한 거고 말이다. 너희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는 길을 통과하지 못하고 여기에 남게 되면 절실히 느낄 거다.

 

죽으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에 마천의 말에 동의하지만, 그들 한사람 한사람 사연을 알게 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슬픔은 주관적이고, 주어진 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도 역시 그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은 애착 관계에서 시작되어 심리적 자원과 힘이 될 때까지 많은 경험을 쌓아 만들어진다. 튼튼한 애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다.

 

마천과 사비를 비롯해 그 곳에서 만난 12명의 죽은 사람들은 오디션을 보며 애쓰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 끝이 희극과 비극을 오고 가지만 마지막 그들의 선택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쓰여지는 시간들을 보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술술 읽히는 재밌는 소설이지만, 삶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다.

 

제발 죽지 마라!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P204. 금정호가 말했어. 힘들 때는 훗날의 멋진 나를 상상해 보라고. 매일매일 상상하다 보면 그 상상은 현실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나는 오디션에 합격하는 상상을 했더. 간절한 마음으로 상상을 하다 보니까 실제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더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어. 나는 왜 내 시간을 멋지게 살아가는 그 상상의 마법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을까. 그걸 잊이 않았다면 미래의 시작이 마냥 불안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을텐데. 불안하기는커녕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게 신났을 텐데.“

 

P219. 내가 가진 많은 것 중에서 진심으로 기쁘게 산 건 바로 이 시계뿐이었지. 직접 이 시계를 선택하고 샀던 그날처럼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직접 고민하고 선택하며 진지하게 살았더라면 내 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 이 시계, 이제 나보다는 너에게 더 필요한 물건인 거 같구나. 삶이 시시하다고 여겨질 때, 뭐 이런 개 같은 삶이 다 있나 짜증이 밀려 올 때, 이 시계를 보고 마음을 다지렴. 꼭 네게 남은 시간들을 잘 쓰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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