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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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특별한서재 #지혜진

 

시구문. 죽은 자를 내어가는 문. 사람이 죽으면 그 문을 통해 나간다. 소설은 조선시대 왕이 도망가고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아마도 시대의 혼란스러움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을 예상하기 위해, 양반의 몰락을 그려내기 위해 정한 배경일 것이다.

 

남편이 죽으면 '서방 잡아먹는 년'이란 말을 서슴치 않았던 시대에 살았던 기련의 엄마는 남편을 잃고 무당이 되었다. 그 삶과 엄마가 죽도록 싫었던 기련이와, 그녀가 무당의 딸임에도 거부감없이 친구로 받아준 백주가 주인공이다.

 

P119. 행색과 처지는 분명 달라젔 있었지만, 사람이 가진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등에 진 아이들이다. 사람들의 눈초리와 가난,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약자인 아이들이 살기에는 너무나도 힘들고 외로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들이 지킨 마음은 서로를 지키는 마음이 된다. 서로의 삶에 작은 희망이 되는 그들의 우정은 눈물겹다. 그리고 한 아이가 또 등장한다. 기련이와 백주와는 신분이 다른 양반 집안의 아씨다. 태어나길 양반댁에서 태어나 누리는 것들이 많았음에도 마음을 잃지 않은 아씨는 우연히 만난 기련에게 친철하다.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누군가를 잃어야 했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지만 떠냐야 했다. 도망가는 삶을 위해 시구문을 지나기로 결정하고 뛰기 시작한다. 죽어야 나가는 길이지만 그들의 선택은 자기 주도적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대신 개척하기로 마음먹게 되는 길이 된다. 자신을 탓하지도, 부모를 탓하지도, 세상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고 삶을 찾았다. 스스로를 사랑했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누군가를 지켜냈다. 그들이 지켜낸 스스로의 삶이다.

 

그들이 앞으로 개척해 나갈 삶을 응원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문을 열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름이 되고 싶다.

 

P151. 우리는 아직 이렇게 살아 있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도, 막다른 길에 내쳐졌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미워했어도 우리는 숨을 쉬고 있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했다. 누군가를 돕고, 다시 길을 찾고, 미워했던 사람을 다시 이해해야 했다. 그러니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죽음을 기다리며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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