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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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유전 #강화길 #arte #아르테

 

P58.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던 옹주의 모는 그녀의 태생을 강조하면서도 존재를 감출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삶에 대한 말을 먼저 가르쳤다.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옹주로서 이슈가 될 때마다 그녀가 외치고 또 외쳤던 말이다. 자신을 부정해야 했던 그녀의 삶에서 연결된 또 다른 그녀를 만난다. 가정 폭력으로 기댈 곳이 없던 소녀.

 

아주 작은 마을에 살던 민영은 그 마을을 떠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짓기 대회에 꼭 참석해야 했다. 늘 괜찮다고 말하던 진영은 대학을 포기할 수 없다 말한다. 그리고 선영, 지우... 많은 이름과 그들의 삶이 그려진다.

 

책을 읽었다.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퍼즐이 딱 맞춰져 그들의 연결된 이야기 끝을 찾으며 열심히 읽어내려 갔다. 읽는 동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저절로 몰입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딱 맞는 퍼즐 같은 결말은 나오지 않았다. 작가의 말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그들 사이의 가는 줄이 있을 뿐이었고, 그저 한사람.. 그들의 삶이자 삶이 아닌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P146. 친구는 괴로울 때마다 마음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자신만의 마음을 간직했다는 생각 덕분에 견딜 말해진다고 했다. 누구에게 맡겨놓은 마음이 아니니까. 그렇게 평안을 찾고 난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향해 돌아가곤 했다. 천천히,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답을 내지 않고 천천히 내용을 받아들이니 그들이 보였다. 그들의 삶이자 글이 보였다. 아무도 마을을 떠나지 않을 때 처음 떠나는 사람은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시작으로 뒤이어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거리낌이 없다. 그런 것 이다. 다정한 유전. 그렇게 한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는 다정함과 고통 그리고 위로. 한 사람의 글로 인해 시작된 고통과 그로 인한 깨달음은 다정한 유전으로 우리 곁에 연결되어 삶이 된다. 책을 다 읽고 하루가 지나서야 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정하다라는 말을 좋아 한다. 고통의 글을 써내려가지만 그 글의 곁엔 위로의 사람들이 있다. 병실에서 사라진 지우를 끝까지 찾는 사람이 있음을.. 선아의 글을 읽고 엄마의 우울을 이해하려 했던 딸이 있음을.. 기억해내게 하는 다정함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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