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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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게뭐라고 #장강명 #아르테 #arte

 

P234. 아시다시피, 읽고 싶은 책들은 읽은 책보다 언제나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난다.

 

틈틈이 책을 읽지만, 읽지 않은 책들이 넘친다. 다양한 책들을 읽으려 하지만 영 마음에 맞지 않는 책들도 있고, 어려운 책들도 있고, 사놓고 봤는데 읽고 싶지 않은 책들도 있다. 6개월에 한번 그런 책들을 정리해 나눔을 하기도 하고, 중고 서점에 팔기도 한다. 그럴 때 한편으론 책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 누군가에겐 좋은 책이라는데 그렇지 않는 나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현실적으로 수용할 공간을 더 늘릴 수 없는 문제 등.. 다양한 마음과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몇 년전만 해도 그런 책들을 중고 서점에 파는 내가 좀 이상했는데, 얼마 전, 그 마음을 정리했다. 내가 좋아하는, 다시 보고 싶은 글이 좋은 책들만 남기겠다고.. 그랬더니 마음이 편했졌다.

 

작가의 시니컬함이 좋았다. 적당히 분석적이고, 적당히 공감적이고, 그렇다고 예의를 놓치지 않는 시니컬함이 책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경계를 지키는 중간 지점쯤을 알리는 것 같았다. 거부감이 들 때도 있었다. 책에 대해 내가 공감하고 싶은 부분과 다른 초점으로 접근할 때다. 그러나 그의 글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분명한 애착 대상을 정하고, 그 외에 것들은 마음을 거두는 방식을 통해 책에 대한 내 마음도 정리할 수 있었다. 솔직하고, 멎진 말로 포장하지 않았다. 다독을 주장하지도 않고, 책을 읽으면 꼭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히틀러를 예로 들었다.

 

2년정도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소개한 책들과 작가들을 바탕으로 책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고 책을 소개 하기도 한다. 덕분에 나도 위시 리스트에 몇 권 더 담았다.

 

지나고 보니 알게 된 작가의 이상형은 책과 맥주를 사랑하는 여자다. 그런 여자는 흔치 않은데, 또 지나고 보니 그런 여자와 결혼해 맥주를 마시며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삶을 산다. 서로 책도 추천한다. 현재는 팟캐스트를 그만 두었고, 글을 쓰는 중이다.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다. 다음 책도 리스트에 담아 볼 마음이 있다.

 

P100. 책은 우리의 대화가 뒷담화로 번지지 않게 하는 무게중심이 되어 준다.

 

P109. 독서가들 중에는 손 끝에 닿는 책장의 느낌이니 종이 냄새니 하면서 종이책의 물성에 대한 애정을 호들감스럽게 과시하는 이들이 있는데, 나는 그게 이상한 자부심과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의심한다. 책은 정보를 담는 매체지 시각이나 촉각을 만족시키려고 만든 기호품이 아닌데, 나는 리커버 에디션이나 초판본이니 하는 유행도 별로다.

 

P301.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은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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