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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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피플 #샐리루니 #아르테 #arte

 

P61. 그녀는 심지어 훗날 기억 속에서도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렬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고,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든 사랑받을 만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처음으로 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열렸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녀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 그게 내 삶의 시작이었어.

 

코넬와 메리앤. 중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두 친구의 인연. 4년에 걸친 그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려낸 이야기. 사랑인가.. 싶다가도 알 수 없는 길로 빠지고, 우정인가.. 싶다가도 다시 헤매는 그들의 관계는 참 어렵다.

 

변호사 집안의 딸로 부족함 없어 보이는 메리앤의 가정은 불행하다. 엄마와 오빠는 그녀를 비난의 대상이자 방임의 대상일 뿐, 그녀의 안정적인 애착의 대상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지지적인 환경도 부재하다. 코넬은 미혼모인 로레인의 아들이지만 둘의 관계는 단단하다. 로레인은 코넬를 사랑하고 지지하지만, 한편으론 아들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엄마다.

 

자신을 비난하고 은근히 학대하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메리앤과 삶의 큰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코넬은 서로에게 끌린다. 서로의 미숙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던 시기에 시작된 관계는 항상 부정적인 결말을 맺는다. 그 결말의 끝에서 그들은 항상 멀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역시 끝은 좋지 않다. 서로 피폐해질 뿐이다.

 

다행히도 그 시간들은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가져다 준다. 그들이 다시 만났더 멀어지는 시간들을 반복할수록 그들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쉽지 않은 시간을 오롯히 견뎌냈기에 그들은 평범해 질 수 있었다. 남들에겐 지극히 쉬웠던 평범이라는 단어를 그들이 가졌을 때,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짜 사랑을 할수도, 그리고 진짜 이별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성장해 간다.

 

P324.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한다. 그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달라져서 돌아오거나.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결코 다시는 되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고독으로 인한 고통은, 그녀가 예전에 가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느끼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마치 선물처럼 선한 면모를 선사해주었고, 이게 그것은 그녀의 것이다. 한편 그의 삶은 그의 눈앞에서 동시에 사방으로 펼쳐진다. 지금껏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말이야. 정말.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어.

넌 가야해. 난 항상 여기 있을 거야. 너도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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