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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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사과의마음

#다산북스

 

#테마소설멜랑콜리

 

당신의 마음은 어떤 색인가요?

 

멜랑콜리.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예쁘다, 묘하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뜻이 우울이라는걸 알게 된 후에는 뜻과 잘 어울리는 어감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우울. 우울증. 일상을 살면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감정이고, 누군가에겐 지나가는 감정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머무는 감정이 되기도 한다.

 

오래 머물수록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게 만드는.. 누군가의 위로만으로는 벗아나기 힘든 그런 감정. 그 감정의 색깔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사과는 빨간색이니깐, 너도 빨간색으로 봐야되.“라고 말하는건 그 감정 속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아픈 위로다. 그런 이야기들이다. 6편의 단편은 누군가를 잃거나, 삶의 의미를 잃거나, 내가 누구인지 잃어버렸거나.. 그로 인해 각자의 색깔로 담아내는 멜랑콜리의 이야기들.

 

우울증 이면의 깊은 죄책감, 수치심, 불안 등의 감정들이 삶에서 묻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무겁고, 슬프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들의 삶이 이야기가 되었고, 그 순간 또 삶은 살아진다. 문학평론가 소유정의 말처럼 그들은 여전히 생을 놓지 않고, 가라앉지 않기 위해 헤엄치고 있다. 그 글들이 내 마음에 닿았다.

 

함부로 색을 정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렇다고 그도 그런 것은 아니다. 나에게 가벼운 일이라고 그도 똑같이 가벼운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섣부른 판단이 그에겐 또 다른 아픔이 될 수도 있다.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저 마음에 담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P49. 우울과 불안은 같은 상자에 들어 있는 모양이 다른 초콜릿 같은 거라는 걸. 나는 오래전에 유서를 써두었고 해마다 그것을 업데이트하는데, 주로 멀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용을 수정하곤 해. ... 유서를 쓰는 행위는 은근히 옷깃을 붙잡고 따라오는 불안감을 누르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건지도 모르지.

 

P56. 그때 J의 눈빛은 아주 먼 곳에 닿아 있었지.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 하늘과 바다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하늘로 뛰어들 수 없으니 바다에 뛰어들 거라고. 그 얘기를 듣고 아르헨티나의 시인 알폰시나 스토리나를 떠올렸어. 분명 J의 닉네임은 시인의 이름에서 가져온 거라고 생각했지. 바다를 사랑했고,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바다에 들어간 그 시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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