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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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르테 작은책에 붙이는 작은 찬사(讚辭)

우리나라 불멸의 속담 중 하나는 “작은 고추가 맵다”이다.
이 속담이 식상하지만 불멸인 이유는 작은 것들이 전부 다
매워서라기 보다는 작아 보이는 것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아직도 만연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르테의 작은책 출간은 참 반갑다.
작지만 절대 작지 않고, 가볍지만 단연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한국 소설들로 가득해지길 바란다.


2. 아르테 작은책 컨셉에 적확하게 부합하는 소설.

이 책은 정말이지 ‘작은책’이라는 옷을 제대로 입은 느낌이다.
캐주얼하고 가독성 좋은 소설이지만 사회를 향해, 사람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작지만 매운 그런 소설이다.

아직은 어린 ‘문지혜’의 눈으로 바라보는 할머니의 죽음.
한순간도 할머니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한 채 말이 앞섰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진하고 배려 깊은 소녀.

“그렇지만 지혜야, 너무 그렇게 남들 눈치 보고 거기에 다
맞춰줄 필요도 없다. 너는 워낙에 네 기분보다 남의 속을 먼저
들여다보니까,순서가 반대로 됐잖니. 그게 걱정이야.” __(120p)


3. 죽음이라는 명사에 선택지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의식의 잃음’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려 한다.
할머니에게는 오히려 어렵지 않아 보이는 선택이기만 하다.
(물론 안락사가 합법화 된 미래의 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부터는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어서 나 죽겠다, 못 살겠다,
하는 사람도 차분하게 자기가 뚝딱 계획 세워서 저세상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준다는 얘기야. 얼마나 좋아그래.” __(48p)

은모든 작가가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이 박력있게 일어나진 않지만 마지막 단락을 읽은 이에게
이런 선택을 한 인간에 대한 ‘여운’과 ‘울림’을 주고 싶었다”고.

그런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이 소설은 너무나도 성공했다.
선택된 죽음의 씁쓸함과 그로부터 파생된 공명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쉬이 멈출 줄을 모르니 말이다.

————
인물, 사건, 배경이 적절히 구성된 Well-mad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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