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여행이 끝나고 나니 가지 못한 곳이 아쉽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더 오래 머물지 않았던 곳들이 아쉬울 뿐이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느리게 여행을 해야겠다."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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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늘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일상에 돌아오면 어느 순간 여행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바쁘고 분주한 나날들로 삶을 빼곡하게 채워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다시 여행의 삶을 갈망하게 될 것이란 것을, 그리고 매 순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저자는 스케치북을 들고 서울의 한 장소를 향한다. 나는 다시 한번 하늘을 바라보고 익숙해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았던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그러면서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일상을 겸손히, 매 순간 행복하게 살아가고, 때때로 무의미해보이는 비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에 여유를 준다는 것, 그런 것이 아닐까? 한번 생각해본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한 삶의 이야기다. 그저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 우린 여행을 떠나지만 그곳에서 우린 삶의 또다른 맛을 보고 돌아오기도 한다. 저자는 여행의 여정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과 수줍음이 많아 말을 걸어보지 못하고 내가 보고 싶었던 것들, 경험하고 싶었던 것들만 보고 듣고 느끼며 올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여행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여행의 또 다른 맛이란 생각을 한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설렘을 느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 내가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닌, 그곳의 삶에 맞닿아 보는 것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
소통하는, 사람 냄새 가득했던 여행이 부러웠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여전히 두렵기도 하지만.. 이런 맛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느리고, 빈틈 많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
따뜻하고 편안하고, 아련한 떨림을 주는, 그런 책,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