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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지음, 원유경 옮김 / 이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는 무슨 책일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표지가 부드럽고 잔잔하고 조용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 당연히 마음의 여유를 찾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흥미진진한 드라마의 한 편이었다.
원래 나는 책을 읽기 전 책의 앞뒤 표지를 모두 확인하고 책을 읽는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부드러웠던 책의 앞면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렀을 때 나는 뒷표지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백인 식민주의의 부조리한 그림자, 그 가잘자리에 놓인 인간 군상의 꿈과 좌절’. 여기서 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뒷표지를 보지 않은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었다.
우리 지구는 점차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고 존중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 속에서는 부조리함과 불편, 그리고 차별이 존재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렇게 수많은 차별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과거에는 어땠을까. 이 책은 그 지점을 꼬집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회화적이었다. 조셉 콘래드의 문체는 내가 정말 말레이시아에 와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마미어는 유일한 백인으로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 사랑없는 결혼이었지만, 딸인 니나를 사랑하고 애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니나는 백인인 아버지와 동양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올마이어는 그런 니나를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백인으로서의 삶을 강요하다. 이런 장면들을 보며 나는 니나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과거에는 인종에 대한 차별도 있었을뿐더러 백인이 우세하다는 생각 또한 있었다. 하지만 이때 올마이어가 자신의 딸을 위해서라도 정체성을 존중해주었더라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백인으로서의 올마이어는 성공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서도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 그는 자신의 모습을 니나에게도 주지 않으려 그렇게 백인 식민주의를 더욱 니나에게 강조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니나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정체성을 알게 해 준 남자를 만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평생 자신의 사상을 주입했던 올마이어도 그런 니나의 선택을 존중을 해주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니나가 행복해지기를 바란 아버지의 마음도 잘 느껴졌다.
현재도 이런 차별은 존재한다. 뉴스를 보면 심심찮게 나오는 주제가 바로 인종차별이다. 우리는 여기서 흔히 미국 같은 다인종이 살고 있는 곳에서나 그렇겠지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우리 가까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올마이어는 ‘백인 우월주의’를 생각했고, 우리는 올마이어가 어리석었다고 말한다. 그런 올마이어를 보며 우리도 어리석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을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존중받을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