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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m 지만지 한국희곡선집
조태준 지음 / 지만지드라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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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 끄트머리에서 만난 익숙한 내 모습 같은 이야기. 3cm? 좋다...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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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1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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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픽션? 이 정도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읽기와 사유하기의 즐거운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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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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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 책 <랩걸> 33쪽에 나오는 말이다. 이것 말고도 이 책에는 가슴에 깊이 간직해두고 싶은, 보석 같은 문장들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난 지금껏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는 예는 많이 보았어도 식물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기심이 바탕이 된 경쟁 사회이다 보니 우리의 존재의미는 흔히 동물의 특정한 능력에 자주 비유되고 한다. ‘동물적인 감각이니, ‘...와 같은 예리한 눈’, ‘...의 생존 지혜라느니. 그런데 빛을 향해 자란다는 의미에서 사람이 식물과 같다...”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구나, 사람은 빛을 향해 자라는 거구나. 나 역시 빛을 향해 자라는 나무 같은 존재였구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뿌듯함과 따뜻함을 품을 수 있어 좋았다.

어쩌면 사람은 모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이 세상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보로 가득하다. 그 많은 정보를 모두 이해하고 일일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선별된 정보를 통해 그 내용을 재구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저마다 정보를 수용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기에 같은 사물, 같은 사안을 바라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호프 자런은 자신의 전문 영역인 식물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학자가 아니면 절대 들여다 볼 수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와 풀이었지만, 그것이 삶을 이해하는 하나하나의 생생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랩걸이라는 제목에는 작은 글씨로 부제가 달려 있다.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을 끌고 가는 키워드가 사랑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랩걸>은 과학 에세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은 과학과 나무에 대한 사랑 얘기에 가깝다. 이 책에서 호프 자런은 인간의 시각으로 식물을 보기보다는 식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길 즐긴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의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한 우리 인간은 그동안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봐 왔던가? 실제로 식물은 우리 인간보다 지구에 먼저 뿌리를 내렸다. 그런 식물에게 삶의 지혜라는 것이 없을 수 있을까? <랩걸>을 읽어보면 식물이 정말 똑똑한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식물은 물과 햇빛만 있으면, 생장의 과정에서 스스로 여러 가지 취사선택을 할 줄 안다. 언제 줄기를 낼지, 어디로 이파리를 펼칠 것인지... 그런 생명의 주체가 단지 한 곳에 머물러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동적이고 마치 생명조차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식물은 무엇보다 기회의 생물이다. 다시 말해 기회를 잘 포착한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얻기 위해 며칠,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기다릴 줄도 안다. 그리고 그러한 인내와 노력이 적절한 타이밍과 결합하면서 경이로운 생명의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씨앗이 토양 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어떤 씨앗은 중국의 토탄 구덩이에서 무려 2천년을 기다리기도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런 오랜 세월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일까? 작은 기다림에도 조바심을 내는 우리로서는 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무가 혹독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이유는 오랜 학습 능력에 따른 것이다. 말하자면 나무는 계절 변화가 햇빛의 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여 스스로 경화를 진행한다.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하더라도 햇빛이라는 요소를 신뢰하기에 그 긴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식물들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할 때 항상 신뢰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혹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나는 그 숱한 어려움 속에서 무엇을 믿고 있는가?

이 책에는 과학자이자 한 여성으로서 저자가 겪은 여러 가지 개인사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에서 오팔 에피소드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팽나무 씨를 갈아 만든 가루를 분말을 연구하다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대한 발견의 순간 이렇게 말한다. “이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이 우주에 단 한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든 동안 나만 아는 지식을 갖게 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은 법이다. 내가 겪은 특별한 경험, 특별한 깨달음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스스로 인내하고 실험하고 관찰한 끝에 얻어낸 과학적 발견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학자로서 자기만의 지식을 갖게 된 자런의 보람이 얼마나 컸을까? 이 오팔 에피소드는 책의 후반부에서 다시 등장한다. 오랜 인고 끝에 아이를 출산한 자런이 자신의 아이를 두 번째 오팔로 부르면서다. 평생 생명을 연구하고 생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과학자에게서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이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유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유가 없다면 이 세상에는 얼마나 삭막한 의미들만 존재하게 될까? 그저 인간은 인간이다보다 인간은 빛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식물과 같다라는 말이 훨씬 더 인간을 풍요롭게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랩걸>은 그런 풍요로움을 한껏 안겨준 책이다. 과학이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과학자의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랩걸>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과학자가 비유하는 따뜻한 삶의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반드시 뭔가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책은 많은 것을 손에 쥐어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실제 진로와 무관하게 어린 시절 누구나가 꿈꿔봤을 법한 과학자의 일상을 엿보게 되는 소중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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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리어 왕 -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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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 것이 약일까?” 햄릿이 부왕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되면서 비극 속으로 치닫게 되었다면, 리어 왕 역시 사랑의 크기를 알고 싶어 하면서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결국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인가리어왕의 비극은 11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어왕이 세 딸에게 자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느냐고 묻는 데서부터 이미 비극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만큼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게 되는 것이고 상대방을 시험에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리어왕의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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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미술관 - 그리고 받아들이는 힘에 관하여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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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예술의 기본의미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예술을 대하면서 언제나 아름다움만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예술을 통해 어떤 생각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예술을 통해 결코 아름답지 않은 추함과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것도 참으로 각양각색인 것 같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 속에서 무엇을 얻는 것일까? 분명 거기엔 미적인 체험도 들어갈 것이고 재미와 감동도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예술, 정확히 말해 미술을 통해 구원을 이야기한 책이 있다. 그것이 바로구원의 미술관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가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저마다 고통을 치유하거나 위로받는 방식을 찾게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치유의 효과를 얻는 것 같다. 음악치료학이니 미술치료학, 연극치료학 같은 분야가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런 믿음을 갖게 한다.구원의 미술관의 저자인 강상중 역시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치유와 구원의 출발점으로 감동을 얘기한다. "회화나 미술이 주는 감동이란 기본적으로 어디까지나 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그러니 저마다의 감동과 마주하면 됩니다." 제목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미술 작품들로부터 저자가 고통을 치유했던 경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구체적으로 2009년부터 2년 동안 일본 NHK 방송의 '일요미술관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만났던 그림 가운데 '구원의 의미'를 찾게 해준 내용을 담은 책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시기는 공교롭게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이후이다. 그는 책을 쓰면서 당시와 같은 혼란 시기에 과연 회화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때일수록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주시해야만 한다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동기와 관점, 그리고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는 미술작품의 힘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생각보다 감동적이지 않다. 우리는 여간해서는 감동을 받지 않으며 주지도 않는다. 그런 우리에게 예술마저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감동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힘이다. 그리고 미술작품을 통해 자신이 겼었던 구원의 체험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뒤러의 자화상에서부터 벨라스케스, 마네, 쿠르베, 클림트, 실레, 고갱, 구마다 지카보 등의 회화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독자 입장에서 책에 소개된 작품들 모두가 마음에 들거나 공감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회화를 읽고 받아들이는 힘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으며 나에게 구원의 의미로 다가온 미술작품이 떠올랐다. 바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앙상한 팔다리를 가진 사람이 큰 보폭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 말이다. 처음 이 조각상을 본 순간, 난 그 앙상함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꿈을 이루기 위해 힘겹게 노력을 하는 내 자신을 보는 거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런 나약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큰 보폭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과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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