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미술관 - 그리고 받아들이는 힘에 관하여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예술의 기본의미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예술을 대하면서 언제나 아름다움만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예술을 통해 어떤 생각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예술을 통해 결코 아름답지 않은 추함과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는 것도 참으로 각양각색인 것 같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 속에서 무엇을 얻는 것일까? 분명 거기엔 미적인 체험도 들어갈 것이고 재미와 감동도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예술, 정확히 말해 미술을 통해 구원을 이야기한 책이 있다. 그것이 바로구원의 미술관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가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저마다 고통을 치유하거나 위로받는 방식을 찾게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치유의 효과를 얻는 것 같다. 음악치료학이니 미술치료학, 연극치료학 같은 분야가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런 믿음을 갖게 한다.구원의 미술관의 저자인 강상중 역시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치유와 구원의 출발점으로 감동을 얘기한다. "회화나 미술이 주는 감동이란 기본적으로 어디까지나 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그러니 저마다의 감동과 마주하면 됩니다." 제목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미술 작품들로부터 저자가 고통을 치유했던 경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구체적으로 2009년부터 2년 동안 일본 NHK 방송의 '일요미술관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만났던 그림 가운데 '구원의 의미'를 찾게 해준 내용을 담은 책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시기는 공교롭게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이후이다. 그는 책을 쓰면서 당시와 같은 혼란 시기에 과연 회화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때일수록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주시해야만 한다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동기와 관점, 그리고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는 미술작품의 힘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생각보다 감동적이지 않다. 우리는 여간해서는 감동을 받지 않으며 주지도 않는다. 그런 우리에게 예술마저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감동이라고 하는 긍정적인 힘이다. 그리고 미술작품을 통해 자신이 겼었던 구원의 체험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뒤러의 자화상에서부터 벨라스케스, 마네, 쿠르베, 클림트, 실레, 고갱, 구마다 지카보 등의 회화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독자 입장에서 책에 소개된 작품들 모두가 마음에 들거나 공감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회화를 읽고 받아들이는 힘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으며 나에게 구원의 의미로 다가온 미술작품이 떠올랐다. 바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앙상한 팔다리를 가진 사람이 큰 보폭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 말이다. 처음 이 조각상을 본 순간, 난 그 앙상함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꿈을 이루기 위해 힘겹게 노력을 하는 내 자신을 보는 거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런 나약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큰 보폭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과 위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