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 (양장)
W. 테런스 고든.허버트 마셜 매클루언 지음, 김상호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디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인 맥루헌은 미디어를 인간 감각기관의 확장이라고 말한다. 책의 부제목 또한 인간의 확장이다. 미디어 그 자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메시지이다. 인간의 5개의 감각기관, 이 기능을 확장시켜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물질적이든 기술적이든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바퀴는 발의 연장이며 미디어이다. 문제는 특정한 도구나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기능을 증폭시키거나 대체함으로써 우리 신체의 어떤 부분이 갖고 있는 기능을 퇴화시키거나 결국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발의 확장인 바퀴를 달고 있는 자동차를 자주 사용하면서 직접 걸어 다니는 발의 신체 기능은 점차 퇴화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디어의 의미를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 지어서 생각했던 틀을 깰 수 있었다. 이 책은 미디어를 이해해야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1960년대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캐나다의 현대사상가로, 문명비평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이다. 그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발상법으로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역사의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구축해 냈다. 미디어의 이해는 그와 같은 미디어 결정론에 입각하여 쓴 책이다. 60년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사람을 설득하고 세상을 움직이며 변화시키는 것은 당연히 메시지의 힘으로 보았으며, 미디어는 그저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용기(用器)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맥루한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메시지가 아닌 미디어의 힘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한 것이다. 즉 미디어는 인간의 모든 경험을 매개해 주고 사회나 문화의 개념적 틀을 결정짓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쇠붙이 같은 물질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미디어가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맥루헌은 기술이 인간 몸이 지닌 다양한 기관과 기능의 연장(延長)이라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그 성능을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더 높여주고 강화시켜 주는 것이 도구이며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술의 변화로부터 모든 사회, 문화적 변동이 비롯된다. 기술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술의 인류사회 진화의 지배적 요인이다. 왜 그런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인간의 많은 기관 중에서도 감각기관의 연장이어서 사물을 지각하고 인식하는 방법에 영향을 주며, , 라디오, TV같은 매체는 단순히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른 방법으로 전달해 주는 용기나 수단만은 아니다. 이 미디어들은 각기 다른 감각 기관을 연장시켜 준다. 책은 시각의 연장, 라디오는 청각의 연장, TV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을 동시에 연장시켜 주는 매체이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한다. 예컨대 사물을 파악할 때 그것을 직접 체험을 통해 보고 듣느냐, 아니면 책에 쓰인 글을 통해서, 혹은 TV 영상을 통해서냐에 따라 대상에 대한 지각이나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생각하는 체계 자체가 바뀌게 된다. 그러므로 미디엄은 메시지이다.

마샬 맥루헌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한방에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는 이론을 정립하지 않았다. 이론의 체계화 보다는 미디어를 바라보는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미디어를 연구하는 방법과 태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한다.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이제 독자가 직접 매체를 마주하며 알아서 고민해보라는 식이다. 그래서 이처럼 과학적이지 않고, 우리가 흔히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식을 거의 띄지 않는 책을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가 근거로 언급하는 것들은 가설과 실험이 아니라 예술과 대중문화의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기에, 내 느낌상으로는 거의 미학 책처럼 다가왔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