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 보석같은 순간]

 

백만 가지가 있지만, 현재 진행형의 일 하나 씁니다.
40개월 꼬맹이가 5일째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직장다니는 엄마라 아픈 아이를 저녁 이후에나 봅니다. (시어머님께서 낮 동안의 일을 조곤조곤 알려주시지요)
녀석, 컨디션 안 좋다고 머리에 뿔이 2개가 났네요. 퇴근하는 엄마가 좋아서 폭 안기다가도, 맘에 안드는 게 있으면(예를 들면, 약을 먹임, 사워를 시킴) 눈을 치뜨면서 ˝시러어˝, ˝안해!˝ 그러고 ˝흥˝ 토라지는 게 얼마나 웃긴지요. 그리고 꽁알꽁알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겉으로는 살짝 ˝이노옴˝ 하지만 너무 귀엽고 이뻐 죽겠어요.
새벽에 해열제 먹였다고 제 손 뿌리치고 대신 포비(뽀로로 친구)를 안고 등 돌리고 자는 꼬맹이의 쪼꼬만 등짝이 사랑스러워서 눈물 찔끔 했다죠.

 

[아이에게 미안하고 자책하는 마음]

 

두돌 되기 전에,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엄마 아빠가 아이 앞에서 싸운 적이 있었어요. 한번? 두번? 흔한 말싸움이었는데, 감정싸움으로 번지니 분위기 험악했어요. 정신차리고 아이를 보니 애 얼굴이 굳어있더라구요. 아이쿠. ˝아이야 미안하다˝하며 덥썩 안아주고 달래주었는데, 그때의 미안함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 뒤에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싸울 일 없으면 좋겠지만) 큰 의견 다툼이 있을 때는 어떻게든 아이 없을 때 하려고 한답니다. 저희 부부만의 비밀 언어를 쓰기도 하고요.
아주 가끔 아빠의 소리가 좀 커져도(아빠 기분이 나쁜 경우가 아닌데도) 아이가 `움찔`하는 것이, 예전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내 모습]

 

성경책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가 떠오릅니다.
˝ ... 사랑과 기쁨과 화평과 오래참음과 친절과 선함과 믿음과 온유와 절제이니 이와 같은 것을 반대할 법이 없느니라. (갈라디아서 5장 22~23절)˝
아이가 없어도 이 9가지 열매를 맺는 사람 분명히 있겠지만,
성품이 별로인 저희 부부는, 하나가 되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부터 저 열매들의 진가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9가지 열매의 뜻을 하나 하나 풀면, 이 글에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와 삶을 함께 하면서
엄마와 아이, 아빠와 아이 사이의 열매 뿐 아니라 엄마와 아빠 사이의 열매도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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