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 모호한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전달되는 말로 바꾸는 힘
오가와 사토시 지음, 박대겸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막연하게나마 소설로 써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 전엔 아이디어가 없었느냐? 아니다. 오히려 많았다. 다만 기발한 것, 파격적인 것, 반전이 있는 것. 그런 데서 출발해야 소설을 쓸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소설이 되는 줄 알았다. 이 책을 본 사람이라면 바로 눈치챘겠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느 아이디어도 소설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득 떠오른 단편적인 어떤 장면 그 이상으로 발전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 인생에 큰 변화가 오고, 나도 모르게 오래 품어왔던 어떤 질문이 떠올랐다. 부끄러우니 그 질문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내가 궁금해하던 것을 상상으로 풀어내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오히려 그것이 소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물음’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이다. 전에는 소설을 쓰려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꼭 새로운 답을 내놓는 것이 소설가의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내가 오래 궁금해했던 것, 쉽게 답할 수 없어서 계속 마음에 남아 있던 질문 하나가 이야기를 시작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제야 내게도 이미 소설을 시작할 만한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 문장을 읽고 나는 이 책에 더 바랄 게 없었다.

또 좋았던 부분은 저자가 소설 쓰기를 신비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로 이미 잘 자리 잡은 사람임에도 대단히 겸손한 태도로, 소설 쓰기에는 어차피 정답이 없으며 오히려 그것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막연히 소설 쓰기를 꿈꾸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상상건대 기성 작가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막연하지도 않다.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의 한 장면을 가져와 비교·분석하기도 하고, 실생활에서 있었던 일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덕분에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야’라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방향을 이야기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글이 유쾌하고 적재적소에 유머를 잘 사용하기 때문에 독서가 정말 수월하고 즐거웠다.

이 책을 완독했다고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소설 쓰기를 당장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마음은 편해졌다. 나는 소설 작법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몰랐고, 그래서 시작하기도 전에 압도되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건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오래 궁금해했던 것을 붙잡고 조금씩 써보는 일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작은 생각 하나가 내게는 꽤 큰 변화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