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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이와 무명이 ㅣ 작은도서관 16
이경혜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동화는 참 독특하다. 우리나라의 장편동화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맛과 다른 맛이 난다. 꽤나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즐겁게, 너무 재미있게 읽힌다. 기상천외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경천동지할 소동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보람초등학교 6학년 11반 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줄 따름이다.
그런데 책장이 참 유쾌한 속도로 팔랑팔랑 잘도 넘어간다. 내가 볼 때 스토리의 전개는 다소 일관적이지 못하다. 갑자기 생각난 재미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듯한 느낌, 잔잔하고 자잘한 소품이 나열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밉지 않다. 또, 그런데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안 읽고는 못 배긴다. 평범한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뒷부분이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싫증 잘 내는 내가 이 정도인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홀릿듯 다 읽고 나서 결국 '이경혜라는 작가의 솜씨이자 매력 덕분'이라는 결론 밖에 내릴 수 없었다. 참 독특하면서도 상큼하다. 신선하고 유쾌하다.
아동문학의 진성성과 문학성을 따지기 이전에 (이 작품의 문학성에 시비를 걸고자 함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작품이 더 문학성이 있다고 믿는 주의니까) 과연 그 글이 아이들에게 '즐겁게 읽힐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자고로 '글'의 본령은 '읽히는 것'에 있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이 동화 '유명이와 무명이'에게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다.
어린 독자들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까지 친절히 설명하느라 힘이 잔뜩 들어간 동화들보다, 편안하게 들려주는 평범하고 정겨운 이야기의 살가움이 내게는 너무나 반갑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너무 친절하기만 한 동화', '힘이 잔뜩 들어간 동화'에 지친 아이들이 이 '유명이와 무명이'를 너무나 즐겁게, 또 손가락끝에 연신 침을 발라가면서 정신없이 읽을 것을 생각하면 그런 나의 확신은 더더욱 굳어진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감히 바라건대 한국아동문학이 새로운 시류를 탔으면 좋겠다. 이 동화 '유명이와 무명이'는 작가가 너무나 신이 나서 쓰는 통에(동화를 읽다 보면 느껴진다. 작가가 참 신나게 쓴 이야기로구나..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산만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옥의 티다. 개인적으로 별점 참 싫어하지만, 어쨌거나 참으로 오랜만에 흔쾌히 별점 다섯개를 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