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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 보여도 슬픔을 삼키는 사람이라
조종하 지음 / 이상공작소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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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 [공상]
오랜 시간이 흐르고 숙성되어 인정받는 것에는 그것만의 가치와 소중함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지금 자신만의 표현방식 혹은 남들이 다 틀렸다 하는 방법이라 한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의 본질과 가치가 분명한 채로 시작하고 발전하며 이어가는 행위라면 필시 언젠가는 누군가 알아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감히 무책임하게 가져본다.
달라지고 싶지 않다. 그저 특별해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인정받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다만, 늘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행위를 하는 예술가, 아니 거창하게 '예술가'와 같은 단어를 갖다 붙이지는 않더라도, '나'라는 사람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인간으로서 세상에 기록되고 싶다.
p.66-67 [예민]
예민하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예민함의 정도가 강하다는 것이야말로, 삶을 더 선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장점임을, 꽤 예민한 나는 강하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다. 아, 그저 나는 삶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매순간을 감각적으로 느끼게끔 태어난 사람이구나! 혹은 나는 사랑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구나! 하고 씩 웃으면 되는 것이다.
p.85 [유리하다는 것]
"스테인리스 컵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유리컵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어요. 환자분은 유리컵 같은 사람이니까 스테인리스 컵 따라가려고 굳이 애쓰시지 않으셔도 돼요. 물론 지금 사회가 모두에게 스테인리스 같은 것을 요구하지만 환자분은 환자분만의 장점이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유리컵인 환자분이 스테인리스는 될 수 없고, 굳이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정신과 의사로서 저는, 인생은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과정보다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 사람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아 보세요."
p.97 [바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철저하게 배인 완벽주의와 압박감 그리고 조급함은 사람을 쉴 새 없이 미치게 만든다. 그래, 나는 미친 사람이 되었다.
어른들은 그게 옳다고 했다. 미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열심히, 라는 건 삶의 필수니 단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었다. 허나, 열심히 하는 법은 가르쳐 주었으나, 단 한 명도 쉬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 완벽주의와 압박감, 조급함. 거기에 결벽증까지 더한 것이 바로 '나'이다. 이런 것들이 어떤 상황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로서는 단점이 더 많다고 느끼곤 한다.
대학 때, 학과장 교수님과 면담하면서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다보면 그 자체가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게된다고.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본인 문제이니 상관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도 많이 힘들다고. 가끔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이다.
압박감이나 조급함, 결벽 같은 것들도 사실 완벽하고 싶어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조금씩 내려놓으려고 항상 다짐을 한다. 나를 포함해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p.106 [2014.00.00.]
글을 쓴다는 것은 어두운 동굴 같은 내 삶 속, 조그만 등불이었다.
마치 고래의 뱃속에 삼켜진, 등불을 지키는 삶을 연명하는 노인네의 삶. 분명 그것은 인내였다.
p.131 [죽음과 삶, 그리고 자아에 관하여]
'나'라는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내가 왜 연기를 하고 글을 쓰려 하는지, 왜 돈을 벌고 왜 밥을 먹고 왜 잠을 자려 하는지, 그것이 설령 남에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만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 뿌리 깊은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살아있는 것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설령 그 의미에 대하여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더라도, 진정한 나를 아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므로.
p.144-145 [익숙함에 관한 고찰]
익숙함. 나에게 있어 익숙함은 사랑하는 것이다. 애초에 사랑하지 않는 것이 익숙해질 리가 없지 않은가.
……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다면
이 슬픔도, 그리움도, 이별의 순간도 익숙해져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런 나 자신에게조차 익숙해져 나를 사랑하고 싶다.
p.215 - 218 [살아가는 이유에 관하여]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간은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굉장히 집착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나에게 친한 친구는 말했다.
그런 의미를 찾지 않는 것이 덜 우울해지는 지름길이라고. 그냥 단순하게 살라고.
먹고 자고 싸고 연애하고, … 그냥 다들 그러하듯, 그렇게 욕망을 좇으며 생존하기 위해 살면 된다고. 괜히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을 더 우울하게 만들 뿐이라고.
……
남들이 말하는 행복이 아닐지라도, 내가 느꼈을 때, 그것이 삶의 이유고, 기분이 퍽 좋다면 그냥 하나씩 늘려가고 싶은 것이다. 행복이라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반대로 아주 거대한 것일지라도.
→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가. 태어났기 때문에 그냥 살아야지. 죽지 못하니까. 그런 생각들이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우울감을 만들었던 것 같다.
정말 의미를 찾지 않고 단순하게만 살다보면 괜찮아질까? (아직도 답을 못찾겠지만..)
나의 소확행으로 만족하며 살다 보면 그래도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p.233 [후회는 마음껏 해야지]
내가 잡은 방향은 '후회'를 부정적인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 크든 작든 어차피 평생 후회하고 살 것이라면, 덜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자는 것. 완벽을 위한 선택을 하고 싶어서 혹은 절대 후회하지 않고 살고 싶어 마음 졸이며 스트레스받고 사느니, 그 순간 가장 끌리는 행동을 내 멋대로 선택하고, 설령 원치 않는 대로 흘러간다 한들 '그때는 덜 후회하는 쪽을 나름 잘 선택한 거니까.' 하면서 웃어넘기자는 거다.
→ 후회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 또한 많은 후회를 하고 살아오면서 한때는 지나간 후회들에 붙잡혀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과연 후회없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후회를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 작가님 말대로 덜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일수도. 뭐든지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 마음껏 하자. 후회!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 Søren Aabye Kierkegaard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님에게 때때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줬던 삶의 지침 같은 말이라고 한다.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단순히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을 토대로 충고하는 것이 아닌, 작가님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스스로 위로하고 응원받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보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한 책.
이 책을 즐거워 보여도 슬픔을 삼키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https://blog.naver.com/yoojin2ch/222836697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