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낭만적 은둔의 기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재커리 시거 엮음, 박산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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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28)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고독만큼 같이 지내기에 좋은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우리는 대개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외롭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항상 혼자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로 잴 수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독> 중에서


(p.51-52)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에서 서서히 불이 켜졌습니다. 그것은 뛰어난 재치라고 칭하는 작고 단단한 전기 불빛이 아니라 섬세하고 심오하게 타오르는 합리적인 교류의 노란 불꽃입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 넘치는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자기가 아닌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어요.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중에서


(p.79)

아아, 때로 인간의 양심은 오직 무덤에서만 던져버릴 수 있는 너무나 끔찍하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죄의 핵심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

(p.96)

읽히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신이 내린 자비로운 은총일지도 모르겠다.

- 에드거 앨런 포 <군중 속의 사람> 중에서


(p.99)

고독의 공간이 있다

바다의 고독

죽음의 고독, 하지만

이런 곳들도

좀 더 심오한 곳과는 비교할 수 없으니

그 극적이자 사적인 공간인

영혼이 머무는 곳이야말로

고독이 끝나지 않는 곳

- 에밀리 디킨슨 <고독의 공간이 있다> 중에서


(p.112-113)

책을 읽는 건 즐겁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부하다 보면 우리가 가진 최상의 것인 유쾌한 성품과 건강을 잃게 된다. …… 우리는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게으르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필연적으로 나타날 권태에 대비해 인생의 즐거움을 유지해야만 한다.

“현재를 즐기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머지않아 우리는 재가 되거나, 전설이 되거나, 그림자가 될 것이다.”

- 미셸 드 몽테뉴 <고독에 대하여> 중에서


(p.150-151)

고독은 지상에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다. 고독의 시간이 짧아지는 것도 아니고, 고독에서 우러나온 침묵이 훼손되는 법도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고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아니, 고독은 날짜로 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수만큼 셀 수 있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자기만의 '빛나는 고독의 순간'을 가져봤을 테니까.

- 앨리스 메이넬 <고독> 중에서


(p.222-223)

나는 속죄하며 살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은 나를 위한 것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불안정하지만 화려한 삶 보다는 지체는 낮더라도 진실하고 평등한 삶을 훨씬 더 선호한다. ……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관심이 가는 일이지, 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니다. …… 여론을 따라 사는 건 쉽다. 고독 속에서 자기 생각에 따라 살기도 쉽다. 하지만 위대한 사람은 군중 한가운데서 꿋꿋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p.246)

“인간은 사랑하는 것을 손에 넣어도 욕망 때문에 그걸 잃는다.”

- 랠프 월도 에머슨 <자기 신뢰> 중에서



13명의 작가의 글들.

이 책을 읽기 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만 알고 있었는데, 소로를 제외한 12명의 작가들을 알게되어 기쁘기도 하고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정말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글 중에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앨리스 메이넬'의 <고독>, '랠드 월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글이 좋았다.

(추후에 이 작가들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을 만큼)


이 책의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외로운가. 나는 고독한가. 나는 ‘충분히’ 고독한가.

나를 비롯한 현대인은 충분히 외롭게 살아가지만 충분히 고독하지는 않다는 답이 나왔다. (p.284)


개인적으로 고독과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자기만의 답을 찾고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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