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저도 어렵습니다만 5
한승혜 지음 / 바틀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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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었다. 어릴때야 동화책, 위인전 등등을 읽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소설책들과 시집을 접하면서 단순히 지식 습득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자라왔던 감성이 마구마구 쏟아져나왔었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책을 읽으려해도 눈에 들어오질 않고 책을 멀리하게 된 시기가 10년정도. 그리고 수많은 고통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나의 30대초반(내 인생에 파란만장한 시기였다고 말하는)에 갑자기 서점에 발길을 들여놓고 그냥 내 손에 책 한권이 들려서 나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었다. 그리고나서 난 여러 책을 통해 위로를 받고 위로를 하고 그리 지냈던 것 같다. 결혼 하고 아이 낳고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또다시 책을 내 손에서 멀리하고 있다가 다시 책을, 특히 소설을 읽으려니 아무리 유명한 베스트셀러라도 몇 페이지 읽다마는 그런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한승혜 작가의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조금이나마 나의 소설 편식이나 이해 및 감상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누구에게나 꼭 맞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 기억들을 되감아보면 정말 그러하다. 소설을 읽으며 나의 상황과 비슷한 등장인물들을 만나고 그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되서 울고 웃고 하다보면 어느새 이야기 끝. 주인공이 아니라도 이상하게 끌리는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나와 너무 닮아 있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그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이 내가 되서 가끔 현실이 소설처럼, 소설이 현실처럼 느껴져 버리기도 하지만 그런 소설이 정말 내게 맞는 소설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새삼 알게 된 것 같다.

 "누군가의 취향에 꼭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 추천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작가. 이전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서평같지 않은 서평은 어떤 것인지 너무도 궁금하다. 물론 이 책 또한 서평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 

 목차를 봐도 알 수가 있다. 이 책이 단순한 서평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소설을 읽으며 발견하고, 깨닫고, 느꼈던 과정과 소설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려내고 있다. 각각의 소설책에 대한 서평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해당 작품을이 어떻게 겹치고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사실, 난 작가가 이 책에서 써내려간 소설들 중 읽은 책이 많지 않다. 그 읽어보지 못한 책들 중 하나가 "파친코"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다가 내려놓은 상태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재일교포에 대해 난 여전히 연민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가 뭔가 턱 막혀서 내려놓기 일쑤. 결국 중단했다. 어쩌면 이 책은 한승혜 작가가 말하는 "내게 맞지 않는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소설 편식에 대한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남들은 재밌게 읽는 소설이 왜 내게 그토록 어렵게만 느껴지고 지루함을 주었는지, 왜 남들이 재미없어 하는 소설이 내겐 등장인물과 감정이 교류가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꼭 맞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 이는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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