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하여] 책의 이름을 듣고 나는 가장 먼저 '남편'이 떠올랐다.
결혼 이후 나와 가장 많은 전쟁을 치루며 매일 웃고 싸우는 남자.
아직 신혼인지라 친구의 말처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일까?
우리는 작년보단 덜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으르렁 거리는 어른사람들이다.
그 싸움에 조금씩 지쳐가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 그 남자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두 얼굴 ,
아빠와 오빠도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이 세 남자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과의 관계과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또는 앞으로의 그들과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원만해지길 바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형경.
소설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최근에 티비의 한 프로그램에도 나와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심리학자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냥 소설가라고 적혀있으니
어떻게 소설가가 남자의 심리를 다루는 책을 쓸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만화작가들이나 드라마작가들도 그 한편을 쓰기 위해 그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무수한 사진을 찍고 그들을 장시간 관찰하고 관련 서적도 엄청나게 읽는다고 하니
그 분야의 또다른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심리학을 다루는 문제는 좀 조심스럽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의심은 책을 읽으면서 먼지처럼 싹 ~ 사라지게 됐다.
저자는 직접 정신분석을 받았고,
중간중간 책의 인용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말하며,
프로이트나 라캉, 폭력과 성폭력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의 저자 또한 심리학, 특히 남자의 심리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공부해온 것으로 보였다.
나의 전공과 전에 가지고 있던 직업 덕분에
나도 심리학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얄팍하게나마 몇가지 이론과 개념들에 대해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리비도, 방어기제 등은
다행히 내가 이 책을 읽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책은 소개된 대로 작가의 에세이로 일기처럼, 자기 고백처럼 쓰여져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다른 책의 인용과,
예쁜 사진과 함께 그 부분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저렇게 따로 쓰여져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작가의 경험과 다른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작가가 생각한 부분도 많이 써있었는데
나는 이런 부분들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의 남자의 세 여자라는 주제에서 시작된다.
첫사랑의 여자, 이상화되고 미화된 성스러운 여자, 퇴락하고 가치 하락되어 함부로 대하는 여자.
그러나 그녀들은 사실 최초의 여자인 엄마에게서 만들어 가진 남자들의 내면 이미지일 뿐이라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나는 남편에게 어떤 아내일까?와
나는 준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이다.
나도 한 아이의 엄마로써 , 아니 한 남자의 엄마로써
나는 어떤엄마일까? 라는 생각을 종종하는 요즘에,
나는 준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은 준이가 어려서 일방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받고 늘 엄마만 의지하며 살지만
언젠간 준이도 커서 '우리 엄마 같은' 또는 '우리 엄마와 정 반대인' 여자를 찾아
끊임없이 연애하고 결혼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남자의 여자, 책임감, 남자의 남자, 경쟁심, 결혼, 폭력성, 의존성 등등
남자들의 많은 심리적 부분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남자들의 화장실에는 칸막이가 왜 없을까하는 ㅋㅋㅋ
뭐 그런 부분도 나에겐 엄청난 흥미거리가 되었다는 ^^ ^^
특히나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남자의 폭력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폭력적인 남자와 만나고 있는 내 주변 사람들을 몇명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때였다.
당시 뾰족구두를 신고 등하교하던 내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머리를 하러 갔다가 자기 머리를 해준 미용사와 교제하게 되었다고 했고,
매일 그의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한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의 눈이 시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친구를 때린 것.
그 후에도 가끔 친구는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알없는 안경을 쓰고 오곤 했다.
남자를 위하여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것은
작가가 여성단체에서 규정한 데이트폭력 위험요소에 대해 인용한 것들에
거의 모두 다 그 남자가 해당된다는 것을 안 사실이었다.
그 뒤로 헤어졌겠지만 그 남자는 짐작대로 데이트폭력을 행사하던 것이었다.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목적대로 남편을 아니 남자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티비를 켜면 바둑채널이나 영화채널을 즐겨보신다.
반면에 엄마와 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즐겨본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이남자도 티비를 켰다 하면 야구나 축구, 아니면 영화채널을 보는게 아닌가?
그것은 남자들이 얼마나 감정을 드러내기 싫은지에 대해 나타내주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이 책의 남자와 사물에 대한 파트에 나와있다.
엄마와 나는 드라마를 보며
나쁜 사람은 욕을 하고,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 감정에 완전히 몰입한다.
그러나 아빠나 남편의 반응은 달랐다.
그들은 '한심하긴' '저러니까 안되지'라고 늘 부정조로 말하면서 마치 자기가 같은 상황이라면
자기는 매우 현명하게 행동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들이 모두 남자들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음을,
그래서 자동차나 컴퓨터에 집착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의 위로는
여자들처럼 같이 울어주는 거나공감해주는 게 아니라
단순히 술 한잔 따라주는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의 많은 행동들이
하나 둘 씩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책을 읽으며 이해가 됐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남자들이 모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모임이 많은 수록 그들은 모임 속에서 사랑, 배려, 보살핌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가 막 결혼을 했을 때,
나는 친구들과 하는 모임이 몇 개 있는 반면에
우리 신랑은 그런 정기모임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나는 모임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임의 재미에 대해 몸으로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신랑에게 모임을 적극 권했고, 신랑도 원한다고 했다.
둘이 그런 얘기를 나누고 나서
신랑은 가장 편한 사람들을 찾았는지,
성당 형들, 심지어 학사님까지 가입한 모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두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나가 친목도모에 애쓰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결혼하고 나서 내가 가장 잘 한 일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행복하게 대화하는 '기술'을 배웠지만
이 책에서는 남자의 무의식부터 이해할 수 있어 앞으로는 이 남자와 살아가는데
분통터지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아 참 감사하다.
나도 이 책의 저자처럼,
남자들의 어떠한 말들을 단순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여 오히려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