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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 새로운 방식으로 놀라운 수익을 거두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 ㅣ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22
라젠드라 시소디어 외 지음, 권영설 외 옮김 / 럭스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짐 콜린스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 : Good to Great>는 한때 경영학의 바이블로 꼽히며 경영을 공부한다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 중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책이 출판된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위대한 기업으로 꼽혔던 기업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우선 금융 분야의 Fannie Mae의 경우 2008년 금융 위기의 시초가 된 모기지 시장 붕괴의 주범중 하나로 미연방 정부의 엄청난 공적자금 투입을 필요로 했습니다. 전자 용품 소매 전문점인 Circuit City는 2008년 파산 했습니다. Gillette의 경우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P&G에 합병 당함으로써 주식 시장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기업으로 꼽혔던 다른 기업들도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바람에 짐 콜린스는 결국 <위대한 기업은 어디로 갔을까? : How the Mighty fall>라는 후속 저서를 통해 변명 아닌 변명(?)을 찾아내야 했는데 말인 즉슨 자신이 찾은 위대한 기업의 원리는 옳은 것이었지만 몇몇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자만해서 결국 실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 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경쟁 하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도 같은 법칙이 통용 되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당시에 좋은 성과를 내고 위대한 기업으로 명명되어졌다고 하더라도 불과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기업들은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으며 이들 기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성공의 법칙 또한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 Firms of Endearment>에 서 위대한 기업들을 능가하는 사랑받는 기업들을 통해 초월성의 시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그렇다면 과연 사랑받는 기업들은 잘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 책의 chapter 06에서는 P/E와 ROE같은 재무지표를 통해 사랑 받는 기업은 시장 평균은 물론이고 위대한 기업들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공식 홈페이지(www.firmsofendearment.com) 대문에 떡하니 올려놓았지만 이는 2006년 중순을 기반으로 한 수치에 불과 하기에 벌써 2011년에 이른 현재 한번쯤 그 유효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책에서 명시되었듯이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것이 단지 재무적인 수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가지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타당할 것이지만, 만약 이들 사랑받는 기업들이 지금 현재 매우 좋지 않은 성과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거나 이미 파산해버리는 등 몇 년전 위대한 기업들이 걸었던 길을 다시 걷고 있다면 우리는 이 책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을 읽는 대신 아마도 몇년 후에 출간될 <사랑받는 기업은 어디로 갔을까?>따위의 책을 읽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랑받는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진단하기에 앞서 현재 사랑받는 기업들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랑받는 기업 List
Google, Toyota, Southwest, Amazon.com, REI, Wegmans, eBay, JetBlue Airways, Johnson & Johnson, Caterpillar, Container store, New Balance, BMW, Starbucks, IEDO, LL Bean, UPS, IKEA, Jordan's Furniture, CarMax, Commerce Bank, Costco, Trader Joe's, Patagonia, Honda, Whole Food, Harley Davidson, Timberland
우선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을 11개로 추렸던 것에 반해 이 책의 저자들은 보다 많은 숫자의 기업들을 사랑받는 기업(이하 FOE로 표시) 의 명단에 포함 시킨 것을 알 수 있는데 저자들이 위대한 기업들의 실패를 토대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좀 더 다양하게 함으로써 사랑받는 기업들 마저 전체적으로 실패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이들 기업 중 투자 수익을 비교할 수 있는 공개 회사는 17곳 입니다.(붉은 색)
왼쪽의 표는 책에 나와 있는 FOE 17곳의 2006년 6월 30일 기준 투자 성과 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제가 직접 만들어 본 2006년에서 2010년 기준의 투자 성과 분석표 입니다.(표에 나와있는 모든 수치는 www.wolframalpha.com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사실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이어지는 시기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S&P500의 5년간 누적 연율이 고작 2.22% 밖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06년 기준 5년 S&P500 누적 연율이 13.1%라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러한 사실을 감안 하고 본다면 2006-2010동안 FOE가 기록한 연간 7.04%의 수익률, 5년 누적 수익률 36.07%은 상당히 박수 받을 만한 수치이며 FOE들이 적어도 위대한 기업들 보다 경기 침체라는 위기를 잘 돌파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에 나타나는 것 처럼 사실 모든 FOE들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닙니다. Southwest Airline과 JetBlue Airway의 경
우 비록 좋지 못한 성과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22.4%와 -16.54% 의 5년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American Airline이나 Delta Airline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 두 기업은 항공 수송 산업의 전체적인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상황을 FOE에 속하는 Costco와 Whole Food를 이들의 최대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Wal-Mart 그리고 위대한 기업의 하나로 꼽혔던 Kroger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Costco와 Whole Food가 경제 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고 Wal-Mart보다 뒤쳐졌긴 했지만 오히려 이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Wal-Mart를 능가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Kroger는 경기가 불황일 때도 그냥 저냥 호황일 때도 그냥 저냥 거의 같은 수준으로 주가를 유지하고 있네요.
결론적으로 책이 쓰여진지 5년이 지난 2011년 2월 말 현재까지 FOE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책의 서평을 쓰려고 신청하고 힘들게 이런 지표들을 찾아본 저나 저에게 책을 보내주신 출판사 측이나 그리고 이 책을 CEO들에게 권한 각하 모두에게 다행스럽게도 아직도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아직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매우 설득력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책에 관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은 저 멀리 치워버리고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FOE의 핵심 키워드 : 이해당사자 관계 관리 SRM(Stakeholder Relationship Management)
위 대한 기업들을 비롯해 기존의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궁국적인 목표를 주주 가치 극대화에 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틀 안에서는 주주들만이 고려의 대상이고 고객이나 직원, 파트너는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한 가지 도구에 불과할 뿐입니다. 경기가 상승하는 시점에서는 이런 경영 방식은 그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사실 주주의 가치만을 중요시 하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 점이 생겨났었고 이제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자본주의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주주가치 극대화의 한계가 들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앞장서서 주주가치극대화를 부르짖으며 중성자 잭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극성적이고 냉정하게 기업을 경영했던 잭 웰치 마저 주주가치 극대화란 멍청한 아이디어였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랑받는 기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 관계 관리란 주주 뿐만 아니라 사회-Society, 파트너-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이상 SPICE)에 이르기 까지 기업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모든 이해 당사자를 아우르는 말이며 이들 집단의 이익을 잘 정렬하는 것을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기업은 영속적이고 위대해지기 위해, 고객에게 열정을 가질 필요가 없고, 각 개인을 존중할 필요도 없으며,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필요도, 사회적 책임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말한 짐 콜리스의 견해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짐 콜린스의 견해 처럼 기업들이 오로지 수익창출만을 목표로 할 때 변변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주주를 다른 이해당사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곳에 두는 것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장기적 구상 가운데 최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FOE들을 통해 SPICE들의 이익이 올바르게 정렬될 때에만 주주들 또한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사랑 받는 기업?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기업 중 사랑 받는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기업은 바로 '유한킴벌리' 입니다. 유한킴벌리는 27년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가족 친화 및 평생 학습 경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이해당사자 관계 관리라는 모델을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문국현 대표가 재직할 당시 이러한 경영 신념을 바탕으로 수년간 지속되었던 노사 분규를 마무리 짓고 노조와의 건설적인 관계를 만든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발돋움 했습니다. 이에 킴벌리클락 본사에서는 유한킴벌리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북아시아 경영을 맡겼고 유한킴벌리가 경영을 맡은지 불과 몇개월 되지 않아 대만과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보이는 등 이해당사자관리의 효율성을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있습니다.
얼 마 전 문국현 전대표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유한 킴벌리의 조직도를 보여주셨는데 그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 조직 내의 구성원들을 표나 그림으로 나타날때 피라미드 모양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EO가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계급순으로 정렬합니다. 그리고 명령은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게 됩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조직도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CEO는 조직도 내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고 전체적인 모양은 역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하나의 조직도에 불과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사랑받는 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게 아닌가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면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중 우리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우리 국민들의 다수의 대기업들이 국민들을 봉으로 여기고 내수 시장을 오히려 차별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사용하긴 하지만 동시에 그런 회사들을 전혀 사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중에 이같은 책이 나타나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시키고 기업들에게 위대한 기업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을 요구하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여지며 우리에게 좀더 희망차고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