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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 대한민국 복지국가 논쟁 ㅣ 미래 논쟁집 2
이창곤 쓰고 엮음, 신광영 감수 / 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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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온 국가 정책 덕분인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급속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178개국 중 102위라는 초라한 통계치가 보여주듯이 우리 국민들은 경제 성장에 따른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행복해지지는 못한 것 같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와 행복은 어느 수준까지는 비례하지만 그 이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에선 언제나 '성장'을 부르짖곤 하지만 따지고 생각해보면 어떤 나라가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고 부의 수준을 높이는 목적이라는 것이 결국은 해당 국가의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 봤을 때 국민의 행복이 결여된 성장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경제 성장이란 결국 국민 행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그러하듯이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일이 여기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상 급식이나 무상 의료와 같은 복지에 관한 담론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리라. TV 뉴스와 신문 지상에서는 그것이 복지 국가에 찬성이던 반대이던 온통 복지 국가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지 국가라는 개념은 막연하기만 하다. 기껏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해봤자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은 일부 북유럽 국가가 전부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복지 국가에서 살고 싶은가?>는 최근 활발하게 일어나는 복지에 관한 담론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책은 복지 국가라는 개념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사회권'에 대한 설명에서 출발하여 복지 국가의 정의와 복지국가의 여러 형태들을 비롯해 최근 불고 있는 복지국가 논쟁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사회권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기간 권위주의체제 아래 살면서 '자유권'에 대하여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사회권'이라는 관념은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러한 헌법조항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감을 잡기 힘들다. 국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자유권이라면, 사회권은 오히려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이다. 가난과 소외 같은 경제적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왜 나라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야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실업이나 가난과 같은 경우도 개인적 원인을 넘어 국가의 정책, 산업의 동향, 세계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IMF 사태로 인해 대량 해고된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모두 그들에게 떠넘길 수 없듯이 가난과 소외에 대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사회적인 책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보호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위험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 현대 사회권의 이념이며 헌법 사회권의 조항이다.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복지제도가 있다고 다 복지국가라고 칭할 수는 없다. 복지국가는 "개인과 가족의 생계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밖의 국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과 가족 노동력의 재생산이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져 있지 않고 국가가 이를 담당하여 개인과 가족의 시장의존성을 약화시킨 제도를 보편화시킨 국가"가 복지국가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인가?
서유럽의 복지국가들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50~60%를 예산이 차지하고 그 예산의 50~60%를 복지관련 지출이 점하는 데 비해, 한국은 선진국 지출의 1/4에 머물 뿐이며 이는 OECD뿐만 아니라 소위 과거 제3세계 국가들에 비해서도 형편없이 낮다. 복지 예산이 크지 않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사적 기부금의 2%에 달하여 국가의 역할을 기업이나 개인들이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전통마저 없으며 이에 관한 변변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즉, 한국은 복지국가도 아니고, 사실상 기업복지나 자선전통 마저 부재하기에 복지사회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이렇듯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복지국가에 관한 담론들은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이제는 보수 진형에서까지 복지국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어왔고 이제 그 목표를 성취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었다면 다음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복지국가에 관한 논의들은 단지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오히려 권장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의식 있는 개인이라면 이러한 논의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 공부하여 자신만의 논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