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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심시간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평점 :
무료 급식 대상자라는 사실이 한 아이에게 주는 가혹한 고통과,
'가난'이라는 결핍이 불러오는 가정폭력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풀어낸 책 📚
점심시간이 불편하다니...제목이 궁금증을 불러온다. 원제는 'FREE LUNCH', 무료 점심이다. 공짜는 좋은 건 줄 알지만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다. 낼 돈이 없어서 무료로 급식을 받는 대상자라는 것이 끔찍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한창 예민한 청소년 시기의 아이라면 너무나 '불편한'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가난한 비렁뱅이라는 사실을 온 천하에 다 까발리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비참했을까.
중학교 개학 첫날 급식 식당에 혼자 앉아서 무료점심을 먹는 주인공 렉스는 외롭고 창피하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며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료'라고 말하는 이들이 틀렸다고, 렉스는 생각한다.
🔖난 돈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무료가 아니다. '사랑은 무료다' 같은 멍청한 말은 하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려면 돈이 든다.
이 세상 무엇 하나도 공짜는 없다. 아주 사소한 것도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다. (P19-20)
🔖급식 식당에 혼자 앉은 건 나뿐이었다.
분노와 짜증이 뒤범벅된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난 시퍼렇게 멍든 눈을 하고 학교에 와서 점심을 공짜로 달라고 구걸해야 했다. 누구도 지원금 받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 (P39)
불행하게도 가난과 폭력은 붙어다닌다. 가난이라는 환경이 폭력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건지, 아니면 물리적인 가난을 이겨낼 만큼 인간이 강인하지 못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렉스는 새아빠와 엄마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다. 가난으로 인한 가정폭력은 끊어지지 않는 사슬처럼 아이들을 옭아매고 불행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렉스가 우연히 부자로 사는 친구 이단의 집에 가게 되는데,
부럽기만 하던 이단에게도 나름의 상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친구 덕분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렉스는 자신의 환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부모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돈이 다는 아니야. 우리 가족은 돈은 있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건 아니야....모든 상황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밖에서 보는 거랑 다를 수가 있어." (P319)
렉스는 더이상 자신이 무료급식 대상자라는 것을 화내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쉽지 않지만 새 출발을 할 준비를 한 것이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힘든 시절을 잘 이겨내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좋은 환경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 바로 '희망을 품는 능력'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고 해서 미국이 그때까지도 이랬구나... (지금은 어떤지 정확히 모르지만) 생각했고,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무료급식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누군가는 무료급식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대하고 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가난으로 멍든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어떤 아이도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가치 없다고 느끼지 않도록 서로 돌보고 함께 연대하는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