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이일영 외 지음 / 지식공작소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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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 시선이 멈췄다.

그리고 책 출간에 참여하신 분중에 존경하는 이일영 교수님의 성함을 보고는 바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회과학자로써 이 시대, 사회의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시고 고찰하시는 교수님께서 과연 이 큰 이슈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너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어졌다.

책을 받아보니, 책의 두께가 상당했다. 568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라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니, 누군가가 궁금했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나에게 설명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이 책은 박원순 전 시장의 사건에 대한 주제로 토론자 다섯분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74쪽에 달하는 토론 내용이 이 책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중심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성폭력 관련 사건들이 일어나면 왜 피해자들은 그 때 현장에서 가해자들에게 확실하게 거부 의사나 자신의 할 말을 못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토론 내용중....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울 때면 순발력과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그때그때 말 못하고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이건 모든 인간들에게 공통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당황했을 때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본문 40쪽 중에서-

이 문장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정말 사람은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순간~ 정말 순간이다. 그 순간에 논리적으로 반박한다거나... 자기 주장을 멋들어지게 펼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는.. 에휴.. 내가 왜 그때 그말을 못했을까???? 하며 자신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후회하고 그러는데.. 아마 다들 이런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냥 황당한 일들도 그런데... 성추행이나 성폭력 같은 말로 꺼내기 힘든 일들은 그 순간 어떻게 확~! 박차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구조적으로 권력에 의한 문제로 해석하고 해결해 가야함을 느끼게 해주는 토론자의 발언이 있었는데, 글을 읽으면서 정말 옳소~~!!! 라고 외치게 되었다.

[이거는 성별 문제가 아니다.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 직원을 그런 식으로 희롱하는 것도 많이 봤다. 사실 똑같은 거다. 성별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별 문제로 나타나는 것 같다. 묻히고 있는 모든 사건들이 좀 더 당연히 이야기가 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문 46쪽 중에서- ]

이 발언은 도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발언이었는데.. 이 분의 이 이야기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성관련 사건들을 바라볼때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로 바라보는데, 그 해석 시작점부터가 잘못됬음을 제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문제를 권력의 문제로 보는 것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성관련 사건들은 모두 위력에 의한 강자와 약자로 나뉘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인 박원순 전 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이윤택감독, 고은 시인, 안태근 전 검사장, 그 외 사회 각 분야의 많은 미투 운동에 밝혀진 많은 가해자들 (김기덕, 조재현, 조민기,오태석교수 등등등...) 들의 공통점은 그 들이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권력과 힘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더 우위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악용하며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행동했다는 점이다.

이 것은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닌, 명백히 힘에 의한 폭력이다.

힘이 있는 자가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고도 오히려 피해자는 숨죽이고 살고.. 가해자는 뻔뻔히도 살았던 것이다.

약자가 피해를 입으면 제대로 법적인 보호를 받고 더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그런 신뢰를 가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이(필명)님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간 있었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일지 형식으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부터 그 사건들에 대한 법적 대응과 고소 내용들, 그리고 피해자들의 진술 증언과, 각 단체의 기자회견 내용, 판결문 등 법적으로 진행되고 공개적으로 발표된 내용들을 그대로 담았다.

사건에 대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하고 믿기 어려웠다.

실제 피해자들은 얼마나 당혹스럽고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이제야 이런 사회적 문제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게 되어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 전반에 있었던 여러 성추행 사건들에 대해서 객관적인 자료와 기록들을 책으로 잘 담아놓았다.

많은 시민들이 이 책을 통해서 궁금했던 사건의 내용들을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알게 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존중하느냐 하지 않느냐, 인간은 그걸 느낄 수 있다. 여자도 인간이니 당연히 그걸 느낀다. 여자들이 그런 걸 느낄거라는 걸 알고 여자들을 존중하면 된다. 아, 나는 여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지 않아, 매뉴얼대로 할래, 그렇게 되면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나와 함께 있는 그 개인을 존중해주면 된다. 사실 젠더 의식, 성평등 의식 이런 것은 다른게 아니다. 그냥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든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관심을 가져주는 거다. ] -본문 50쪽 중에서-

그 어떤 법적,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이 글처럼 나와 함께 있는 그 개인을 존중해주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든,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관심을 갖어주는 것. 그렇게 인간적으로 인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실천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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