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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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신간 등대지기들은 1900년 영국 엘런모어섬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사라진 실제 사건에게 영감을 얻어서 에마 스토넥스 작가가 그들을 추모하며 쓴 문학 소설이다.

따라서 소설 속의 내용은 사라진 등대원들과 그 가족들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픽션이다.

그런데,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의 필력에 빠져들어서 현실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 혼돈이 올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묘사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년 전인 1972년 겨울, 콘월 지방의 랜즈엔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의 한 등대에서 등대원 세 명이 자취를 감춘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일련의 단서들이 남아 있었는데,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두 개의 벽 시계는 8시 45분이라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었으며, 식탁에는 3인분이 아닌 2인분의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하늘은 맑았다.

1992년 20년 전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댄 샤프라는 소설가가 남겨진 가족들과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오랜 세월 감추어두었던 서로의 진실과 불편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등대지기들은 실종됐던 시점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나오는 형식인데, 실종된 주임 등대원 아서 블랙, 부등대원 윌리엄 빌 워커, 임시 등대원 빈센트 본, 세 명의 과거 시점 이야기와 현재 생존해 있는 그들의 부인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 시점으로 쓰여있다.

등장인물들의 각자의 시선과 감정으로 쓰여 있는 내용들, 과거와 20년이 지난 현재의 시간적 차이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자칫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구성으로 쓰여 있어서 이야기의 긴장을 놓지 못하고 읽을 수 있었다.

등대지기들은 바다 위의 등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심리적인 묘사와, 뭍에서 지내지만 언제나 남편을 바다로 보내고 혼자 지내거나, 홀로 육아를 감내해야 하는 부인의 심리 표현, 등대원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관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부인들의 관계 등의 표현력이 뛰어나서 세 명의 남편이 어떻게 사라졌을까 끝없이 머릿속으로 가설을 세우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는 책이었다.

등대지기들 읽기 전에는 바닷가의 등대를 보면서 그냥 등대구나라고 바라보았다면 정독 후에는 등대 속에서 사라진 세 명의 남자들이 등대에서 일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만큼 놀라운 흡인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서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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