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한한 지음, 최재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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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성장으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나라. -중국. 中國. CHINA.

펜이 총보다 강하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그 격언이야 말로 이번에 소개할 책 《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의 저자 한한 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식어이다. 그의 글은 처음은 유쾌하지만 곱씹다보면 끝맛이 썼으며, 재미있어 웃다가도 마음 한 켠이 뻐근하게 불편해진다. 그야말로 유머러스함이란 화려한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된 날카로운 칼 한 자루와 같은 필력이다. 그런 그의 언어유희를 선볼 수 있는 구절을 뽑자면 다음과 같다.

 

[게다가 많은 교사들은 이것이 말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그럴 능력이 있으면 먼저 바깥세상의 빈부격차부터 해결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P37 학생들의 교육과 학생범죄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며.

[우리는 어떤 나라의 생산품을 보이콧한다. 그들이 우리의 체면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생산품을 지지한다. 그랬더니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상하게 하였다.] –P333

 

 

그렇다면 어째서 작가는 자신의 뛰어난 필력으로 쥔, 날 선 펜을 중국 정부를 향해 겨냥한 것 일까.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문화계의 셀럽,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등)가 불편해서, 그 진정성을 의심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 페이지 한 부분에서 그가 바라는 중국의 모습을 읽고서야, 그의 글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착한 사람이 담을 넘지 않아도 되고 나쁜 사람이 감옥에 가는 것.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가 있고,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만한 문예가 있을 것. 깨끗한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을 것. 새장 안에 갇힌 권력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니 하지 못할 말이 없어지는 것.]

지금 현재 중국이 그가 바라는 중국의 이상향과 멀기에, 그는 그렇게도 맹렬히 글을 써내려갔나보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올렸지만, 중국 정부에 의해서 검열당해 삭제 당한 일명, ‘중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글들을 묶어서 편찬했다. 검열의 대상이 되었던 만큼 글들의 주제가 하나같이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물론, 이 불편함을 느끼는 주체는 중국 정부가 되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통쾌하기 그지 없다. 이것이야 말로 그가 중국 국민들에게 사랑 받고, 중국 문화의 아이콘이라 칭해지는 이유임이 분명하다.

 

그의 글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나 바링허우의 애환을 대변하는 청춘부분이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바링허우와 유사한 88만원 세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대학을 졸업해도 적어도 60년을 일해야 중고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바링허우, 대학을 졸업한 20대의 평균급여가 88만원에 그치는 ‘88만원 세대'. 국력의 미래라 불리는 20대 젊은이들에게 희망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하는 공감 혹은 동질감에, 그의 글을 읽으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향후 10년 동안 이들 젊은이들에게는 앞날이 없다] 라는 작가의 책 구절에 마음이 아파온다. 우리는 과연 이 부분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국과 다르다라고 자신 있게,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물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대한민국 88만원 세대의 구성원으로서 안타깝다.

 

내가 이 책에서 그리고 작가인 한한에게 두 번째로 반한 것은- 물론 그의 필력이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 첫 번째 이유이지만, 두 번째 이유는 작가가 결코 중국정부만 편율적으로 비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삐뚤어진, 왜곡된 중국 국민들의 민족주의 또한 예외 없이 꼬집으며 그 비판의 단두대에 올려 놓았다.

 

 

[너희는 그들이 한국 스타들의 뒤를 쫓는 것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도 마찬가지로 매일같이 미국 드라마를 보지 않는가? 제발 이런 가짜 애국심을 가지고 어린 친구들을 괴롭히지 마라.] –P142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은 어째서 그렇게도 나약하고 표면적인가? 누군가 당신을 폭도라 말하면 당신은 그에게 한바탕 욕을 퍼붓고, 한바탕 두들겨주지 못해 안달한다. 그래 놓고도 우리는 폭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P338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덮을 때쯤, 나는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중국의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빛이 존재하면 그림자가 생기듯, 중국의 빠르고 눈부신 성장 이면에 존재하는 중국의 그림자를 담은 책. 그 그림자를 한 권의 책으로 완성시킨 작가 한한. "시대의 영웅이 없으니, 나 같은 보잘것없는 인물이 이름을 날리는구나." 라고 말하는 작가의 미래가 새삼 궁금해진다. 그리고 나는 그가 있는 중국의 미래를, 더불어 한한이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며 책을 손에서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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