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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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2024 일본 서점대상 노미네이트 되어 340만 부를 판매한 밀리언셀러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의 화제의 신간 <스피노자의 진찰실>을 읽어 보았어요

책 표지는 평온함이 느껴지는 일상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 수채화 풍 그림이라서 표지만 보아도 긴박한 의학 소설 같은 느낌은 아닌데요

내용도 역시나 그런 의학 소설이 아니라 죽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어요

마치 데쓰로는 교토 시내에서 일하는 내과 의사예요 30대 후반이지만 머리 군데군데 제법 많이 난 새치로 인해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기도 하는 의사지요 하지만 의사다 보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꼭 손해 보는 것만은 아니라 굳이 사실을 밝히진 않구요

마치 데쓰로가 일하는 하라다병원은 암 말기 환자, 노쇠한 환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들이 대부분인 병원이에요

그래서 항암 치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환자나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왕진을 다니기도 한답니다

환자들은 언제까지 살수있는지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마치 데쓰로는 의사의 그 말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해요

끝을 길게 봤던 환자가 갑자기 악회되어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곧 끝날거라 생각했던 환자가 더 길게 세상을 볼 수 있기도 하니까요

이런 말들을 하며 당신은 언제까지 살 수 있습니다, 얼마밖에 안남았다는 말 대신 일상의 말처럼 이야기하며 안심을 선물하는 듯 느껴지는 의사 마치 데쓰로입니다


사실 마치 데쓰로는 실력도 좋고 의사로서 인내심과 통찰력을 갖추고 행동력과 양심을 가진 의사라는 말을 들을만큼 대학병원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누비던 일류 내시경 의사였는데요

마치 데쓰로에게는 미혼모인 여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동생이 난치병에 걸려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가 죽게 되고 어린 조카를 맡아서 키우게 되면서 조카와 함께 살기 위해서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교토에 있는 하라다병원으로 오게 되었죠

우리가 흔히 보는 의학드라마에서는 늘 긴박한 상황과 실력있고 사명감이 넘치는 의사들의 수술성공, 권력다툼, 갈등 같은 흥미진진한 스토리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스피노자의 진찰실 >에서는 그런 드라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하라다병원은 환자들의 치료에 전념하기보다 낫지 않는 병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알려주는 곳이에요

죽음을 앞두고서 남아있는 시간을 의미있고 아름답게 보내도록 하기 위해 마치 데쓰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 생각하며 그들을 대합니다



암 환자에게 힘내라는 격려나 응원의 말 대신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말해주고 자신이 살피던 환자의 마지막에는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을 건네주는데요

삶을 살아온 마지막 병과 싸우며 투병생활을 하는 것이 행복하고자 하더라도 육체적인 고통은 분명 겪을 수 밖에 없는데요

고통스러웠을 그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고 힘들었을 텐데... 그러나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보내고자 애썼을 그 순간들에, 한 생을 다 살아온 그 삶 자체에 보내는 말로 그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마치 데쓰로의 고민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의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구요

환자를 병을 치료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환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과 배려가 느껴져서 현실에서도 이런 의사분들이 많이 있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가벼운 질병을 진료하는 의사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특히 끝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한마디 한마디가 크게 위안이 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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