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숲 시리즈
18.사랑나무
김향이 글 / 한병호 그림
시공주니어
시공주니어의 생각하는 숲 시리즈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사랑나무>라는 열여덟번째 작품이 출간되었어요.
생각하는 숲시리즈는
생각거리와 삶의 교훈과 감동을 선사하는
시리즈인데요.
남녀노소 보는 이의 눈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경험할 수 있어요.^^
아이들 책이지만 사실 엄마인 제가 더 좋아하는 시리즈랍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서로 얽혀 한 몸이 된 것을 '연리지' , '사랑나무'라고 부른답니다.
언젠가 어느 사찰에 가는 길목에서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있는 모습을 본 적이있어요.
사람들은 부부나무라고도 부르더군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나무가 만나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참 길고도 때론 험난합니다.
마치 남녀가 만나서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는 듯해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야 화목한 가정을 이루듯이요.
이 작품속에는 등나무와 소나무가 등장한답니다.
제목만 봤을 땐 소나무와 등나무의 사랑이야기일거라 상상했어요.
수목원에 자리잡고있는 커다란 소나무!
저도 수피(樹皮)가
멋지고 항상 푸르른 소나무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수목원에서 소나무의 자태는 누가봐도 멋드러졌을것같아요.
아마 등나무도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멋진 자태만큼 마음도 넓을거란 생각에 염치없이 기댈려고 하는 걸보면요^^
수줍은듯 인사를 건네는 등나무의 첫인상을 소나무도 싫지않은 듯했어요.
아주 가늘고 여린 등나무 줄기를.
"앞으로 신세를 지게 될 텐데......,"
등나무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신세를 지든 은혜를 갚든 맘대로 하렴."
"짐작대로 마음이 넓으시군요. 좋은 이웃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소나무는 인사성 바른 등나무가 싫지 않았다.
"당장 내게서 떨어지지 못해!"
"저는 남에게 기대 살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틀림없이 멋진 짝이 될 거에요."
등나무가 사정하듯 말했다.
소나무에 기대살면서 어느덧 부쩍 자라버린 등나무는 아름다운 꽃을 피웠고
사람들의 칭찬에 우쭐해졌다.
등나무는 제 잘난 맛에 줄기를 사방으로 뻗었다.
등나무 넝쿨이 무성해질수록 소나무는 기운을 잃었다.
소나무의 고마움도 모른 체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했던 등나무.
등나무의 등살에 소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어요.
등나무는 자기 세상이라며 오히려 좋아했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날이갈수록 외롭고 쓸쓸하네요.
소나무는 죽으면서 솔방울을 남겼고
자신의 죽은 몸을 아낌없이 새로운 이웃들에게 내어주었어요.
등나무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는 모두의 집이 되었다.
그제야 등나무는 깨달았다.
침입자들은 함께 살아갈 이웃이라는 것을.
죽은 소나무가 자기 몸을 내주어
더 많은 이웃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것을.
언젠가는 등나무도 그렇게 숲으로 돌아갈 것이다.
등나무의 회한의 눈물은 소나무가 남긴 솔방울의 싹을 틔웠고,
죽은 소나무가 살아돌아온 듯 반가워 어린 소나무를 정성껏 돌보았어요.
세월이 하염없이 흐르고 서로 부대끼고 고통을 이겨내면서 두 나무는 한 몸이 되었답니다.
등나무는 함께 있을 때 고마움을 모르다가 소나무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어요. 그리고 어린 소나무를 정성껏 배려하고 사랑하며 서로 의지해서
마침내 멋진 연리지로 탄생할 수 있었던것 같아요!
아들녀석 재밌다며 몇 번이나 읽었답니다.
등나무가 나쁘다면서도 한 몸이 된 사랑나무를 보며 신기한 듯 정말 이런 나무가
있는지
저에게 물어봅니다.
죽어서까지 많은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 소나무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마지막남은 그루터기까지 내 주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떠올리더라구요.
한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만나서 하나의 멋진 연리지같은 작품이 탄생했어요.
그림도 포근하고 이뻤고 글 또한 절제되고 따뜻한 언어로 표현되어 아이들에게 꼭 읽혀보시길
권해요.
흔히 연리지를 부부애로 표현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 인생의 많은 부분에 적용이 될 것 같아요.
친구, 연인, 부부,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배려와 화합을 통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잖아요.
소나무의 입장에서보면 엄청 억울할텐데도 넓은 아량으로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주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구요. 꼭 덕이 높은 어르신들을 보는듯한...
사랑나무이야기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가고있는 우리들에게 함께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방법과 감동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읽을 수록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저절로 되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가치있는 삶,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을 통해 배우고 느낄 수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