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느껴지는 할머니의 고통스럽고 억울한 모습이 우리아이들에게도 전해져서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4.3사건은 아직도 제대로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않았어요.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죠.
저도 학창시절 짧막하게 배웠던 기억만 갖고있을 뿐....
제대로 배우지도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않았던것 같아요. 그렇게 까맣게 잊고있다 매년 4월이 되면 한번씩 들춰지던 기억이었죠.
제주도하면 아름다운 자연풍광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곳, 혹은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만 기억됩니다.
특히 4월의 제주는 더욱 아름다움을 뽐낼텐데...70년전 4월 3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요?
어른이 되어서야 아이들의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비극적인 역사와 마주하게 되었어요.
제주 4.3사건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민 3만여명이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학살당했던 사건이 왜? 여태 묻혀있었을까요?
누군가가 속시원하게 진상을 밝혀주는 이 없고 그저 덮기에 급급했던 시절.....
유가족이나 생존피해자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정말 눈에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아름다운 제주에 살았던 진아영할머니는 4.3사건의 피해자랍니다.
어린 시절 마을에 들이닥친 무장경찰에 의해 턱에 총상을 입고 평생 고통속에서 살아야만 했어요.
'모로기'(언어 장애인을 뜻하는 제주방언)할망이라 불리며 무명천으로 얼굴을 감싼 채 말이죠.
그날은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죠. 끔찍한 비명과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시리게 했어요.
남녀노소 할 것없이 제주도에 살고있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해야했었대요.
아영도 부모님고 몸을 숨기고 있다가 부엌에 들어가 곡식항아리를 몰래 들고나오다가 총에 맞았어요.
그후 평생 제대로 말하지도 먹지도 못한채 한맺힌 삶을 살아야했죠.
그 일이 아니었음 상군해녀가 됐을 정도로 꿈많고 끼많은 소녀였는데 말이죠.
한 소녀의 인생을 이렇게 송두리째 빼앗아가버렸지요.
그렇게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인생이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이곳이 내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어찌 이런일이 가능한가요?
한국의 아우슈비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하고 참혹합니다.
다랑쉬굴, 빌레못굴, 북촌 너븐숭이, 동광리 무등이왓,노형리, 성산포 터진목, 표선 백사장, 큰넓궤, 정방폭포, 알뜨르 비행장, 정뜨르 비행장, 섯알오름, 모슬포, 만벵듸, 서우봉, 선흘리, 반못굴, 토산리..
우리가 여행가서 아름답다고 들르는 이곳들이 사진찍고 밟아섰던 이곳들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발견되고 증언이 기록된 대표적인 곳이랍니다.
한밤중에 무고한 사람들이 무참히 총살당하고 아무렇게나 암매장된 백 서른두 명의 뼈가 하나로 엉켜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어 '백조일손지묘'라는 묘비를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영할머니는 경찰, 군인만 봐도 온몸을 덜덜 떨어야했고 혼자 사는 작은 집이지만 집을 비울땐 항상 문을 잠궈야했어요. 언제 낯선사람이 들이닥칠지 총부리를 겨눌지 모르니까요.
자물쇠로 꽁꽁 잠가야 안심할 수 있었지요.
평생 끔찍한 고통과 아픔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홀로 외롭게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
아영할머니의 이야기는 참혹한 비극을 가슴속에 숨겨야했던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역사이며 전 세계에 알리고 제대로 조명되어야할 집단 학살 사건입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다 읽고 뒤편에 작가의 말과 요약된 내용들로 조금이 나마 4.3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
읽어주는 내내 불편했지만..아이들에게 제대로된 사실을 알리고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하루빨리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서 그 누구도 유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위해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저도 아이랑 잊지않고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