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 민감해요
나가누마 무츠오 지음, 서수지 옮김 / 뜨인돌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언제나 내가 하고 싶었던, 그렇지만 차마 내뱉지 못하고 혼자만 끙끙 앓았던 말이었다. 누군가 내게 너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 별 거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 쓰냐, 예민하다, 어쩐다 하는 말을 하면 늘 생각했다. 그래, 나 예민하다,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걸 참으면서,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왜 이렇게 소심하고, 별 일 아닌 것도 마음에 두고 사는지 모르겠는데, 어쩌라고. 나도 그런 내가 싫고, 너무 이상하고, 바꾸고 싶지만 안 되는 걸 어쩌라고. 라고 속으로 투덜거린 일도 많았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서, 그런 내가 이상하고, 다 내 탓 같기만 했다. 그래서 언제나 이 예민한, 민감하고 쓸데없이 소심하기 짝이 없는 성격을 바꾸는 방법,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만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뜨인돌 출판사의 공식 포스트에서 출간 전 연재 중이던 <그래요, 나 민감해요>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제목에 이끌려 들어간 포스트에는 내 이야기가 가득했다. 전부 다 나에게 해당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나의 이야기였다. 거기서 처음으로 "HSP(Highly Sensitive Person): 주변 사건이나 일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너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왜 그렇게 소심하게 굴어, 뭘 그렇게 마음에 담아둬, 같은 말로 핀잔이나 듣곤 했던 내 모습이 이상하거나, 잘못되지 않았다는 위안을 얻었다.  꼭 한 번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았다.
운좋게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을 읽으며, 포스트를 읽을 때 그랬듯, 대부분의 내용이 공감 되면서, 위안도 됐다. 책에는 어떤 사회에든 남녀를 불문하고 구성원의 15~20% 비율로 HSP가 있다고 나왔다. 늘 나만 이러나? 내가 이상한 건가? 라고 생각하며 앓고 있던 고민들을 누군가도 하고 있었고,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건 그저 눈동자 색이나 키처럼 그저 타고난 선천적 기질일 뿐이라는 이야기까지도, 모두 위안이 되었다. 늘 내 성격이 이상하고, 예민하고, 고쳐야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면 고쳐야한다는, 이러는 건 나쁘다는 강박에 빠져 힘들기만 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민감함은 삐딱함도 아니고, 성격도 아니라는 말도 좋았고,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심지어 좋아하는 친구와 만나서 놀 때도,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쉽게 지치는 것도, HSP의 특징들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도움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HSP로 태어나, 그것이 불편하고 힘들다면 고치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건 타고난 기질이기에 고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이, 그저 HSP인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민감한 기질을 불편하게 하는 후천적 요인을 조금씩 바꿔나가라는 게 좋았다. 내가 이상하지도, 잘못되지도 않았다는 말.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라는. 언제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자학하며 말하던 '내가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떻게 해 ' 같은 늬앙스가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는 민감한 기질을 타고났을 뿐인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각오하고, 민감함에 대한 대응법을 익히면서, 그저 민감할 뿐인 나를 괴롭히는 다른 요인들을 고치며 살자는 말이 다른 무엇보다도 힘이 되는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