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매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소희는 너무 춥다. 배도 고프다. 그래서 뛴다. 계획대로 스물일곱, 스물여덟에 대출금을 갚고, 보증금 천만원 정도, 깔고 앉는다면, 그래서 그때부터, 매년 천만원씩, 모을 수 있다면, 서른여섯, 서른일곱쯤에, 일억을, 모은다면, 그렇게 내년부터, 십오 년 넘게, 죽을힘을 다해 달려, 헉헉, 일억을 움켜쥐고, 백이십사 다시, 십오번지, 백일호에 도착하면, 저 대추 같은 할머니가, 만약 살아 있다면, 또 고개를 저으면서, 손가락을 치켜세워 흔들면서, 안 돼, 안 돼, 하겠지, 그땐 얼마를, 일억 오천, 헉, 이억, 그땐 도대체 얼마를, 헉, 얼마를, 부를까…… - P77
엄마, 우리 중에 누구라도 먼저 손 아프면 바꿔 잡자고 말하자, 민수가 말했다. 그러자, 아프면 바꿔 잡자……고 말해야 되는데, 욕하고 때리고 아프게 하면 싫다고 얘기해야 되는데, 장난하고 폭력은 다른 건데…… 종결, 종결이란 담임의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아,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그분만이 모든 일을 종결하실 수 있다. 그녀는 한사코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집에 갈 때까지 민수랑 몇 번이나 손을 바꿔 잡을까. 다섯 번 일곱 번 열 번? 내가 석 달 동안 몇 킬로나 살을 뺄 수 있을까. 십 킬로 이십 킬로 삼십 킬로? 이 모든 것도 그분만이 아시겠지, 나의 기쁨 되시는 그분만이…… 필사적으로 그런 생각에 매달리느라 해옥은 아들이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걔네들 전학 가면…… 불쌍해…… 불쌍해서 안 돼…… 전학이 얼마나 힘든데……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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