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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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좋게 말할 방법이 없네요." 자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경찰의 첫마디처럼, 이 일은 좋게 말할 방법이 없는 일이다. 저자는 두 자녀를 잃었다. 그것도 자살로. 첫 아이가 먼저 죽고 그 이후로 몇년 뒤 둘째도 자살했다. 그 슬픔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저자는 그 거대한 일에도 평소처럼 일상을 이어간다. 마치 아이들이 살아있던 때처럼. 그러나 책에 나온 한 구절처럼(살다 보면 세상이 멈춘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때 전과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자녀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애쓴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더 잘 돌보았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원을 가꾸는 저자는 가을에 심은 알뿌리들이 겨우내 쌓여 있던 묵은 눈 사이로 옅은 초록의 얼굴을 내밀다 3월 말이 되자 거침없이 꽃망울을 터트린 것을 보며 생각한다.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라다가 때가 오면 죽는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들도 그저 자라다가 때가 오면 죽는다. 죽음은 필연이다. 저자의 아이들도 아이들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 그 필연을 조금 더 일찍 맞이한 것 뿐이다. 저자도 그러한 생각으로 자녀들의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나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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