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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평점 :
친모는 추방됐고,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위탁가정 몇 곳을 전전했다. 그러다 결국 한 가정에 입양됐지만 그 가정 또한 해체되어 버린다. 그리고 학창시절엔 그 여파로 비행을 일삼던 아이. 그런 아이가 나중에 예일대를 입학하고 케임브리지 박사가 된다.
극단적인 두 삶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기 시작한 ‘산산조각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제목처럼 저자는 어린 시절 위탁부모를 전전하며 방임, 학대 속에서 조금씩 부서진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단 차단하는 걸 먼저 배우고, 기대하는 것을 거두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타인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린다. 아이는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을 믿지 않고, 스스로가 그런 희망을 갖는 것을 고통스럽게 여긴다. 어린 나이부터 담배와 마약, 술에 손을 대고, 물건을 부수고, 욕을 달고 살면서, 비행을 일삼는다.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아이는 그렇게 부서지고, 산산조각 나버린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군대에 자원한 저자. 어릴 적 비행을 일삼던 모습과는 달리 겉으로는 마치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어른이 된 것 처럼 보인다. 사실 내면에는 여전히 상처입은 어린 아이가 남아있었지만, 애써 모른척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외면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 버티고 버티는 모습이 슬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자가 그러한 슬픔 속에 본인을 내버려두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만들어 나갔다는 거. 심지어 누구나 갈 수 없고 졸업하기도 어려운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물론 정말 희박하고 기적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는 본인의 현재 성공한 삶과 따뜻한 유년시절(그런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면)중 택하라고 한다면 망설임도 없이 따뜻한 유년시절을 고를 것이라 말한다. 그만큼 어린 날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명문대에서 위선적인 부유층 자제들을 보며 사치 신념이라는 개념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사치 신념이란 여유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신념을 뜻한다. 예를 들면, 경찰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폐지하자던지, 마약을 합법화 하자는 것들이다. (범죄 피해 위협이 적고, 마약 후 일상 복귀가 비교적 쉬운 부유층은 그러한 제도 개선의 영향을 거의 입지 않는다. 그러나 서민들에겐 치명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자녀들에겐 아이패드 사용을 제한했던 것처럼, 실제로 본인이나 본인 가족에게는 권하지 않거나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권하고,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위선들을 수없이 발견한다.
책을 보면서 어릴 때 저자가 위탁가정을 전전했던 일 또한 한편으론 권력층의 사치 신념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었다. 만약 이 제도를 만든 권력층들이 내 자녀가 그러한 상황에 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좀 더 세심하게 제도를 살피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논쟁들이 겹쳐 보였다. 더 배우고 더 가진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들이 정말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맞는 말일까. 그 결과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떠안는 건 결국 힘없는 사람들 아닐까. 나는 또 어떤 사치 신념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