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10 AM
요즘 찬거리 사기가 영 마땅찮다. 살인적으로 오른 채소값에 한참 미치치 못하 는 질 또한 장바구니를 텅 비게 만든다.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치권의 공방들, 무상급식 찬반투표, 교육감이 건넸다는 2억의 진실 공방, 이런 미운 녀석들이 꽤나 오랫동안 찬거리 못지않게 아침 입맛을 깔깔하게 만들어 댔다.

허나 요 며칠 뭐가 달라지려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새로운 소식이 있었다. 안철수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남편과 신문을 나눠보며 입가에 웃음을 띄어 본 것이 언제였던가.

우리는 이제 막 40대로로 들어선, 아직도 전설같이 회자되고 있는 예전 민주화 운동에 한발을 슬쩍 걸쳤는지 어쨋는지 분명치 않은 흔히 하는 말로 노선이란 게 그닥 분명치 않은, 하지만 이젠 뭔가 새로워 져야 하지 않겠냐는 40대다.
신문으로 세상 소식을 접하며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보며 이건 아니지 않냐는 하지만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는 40대 초년생들이란 말이다.

조국교수가 안철수씨가 결코 진보가 아닌 보수에 가까운 사람이며 그래서 자신과는 길이 다르다 했다. 또 누구는 반 한나라 비 민주라 했다. 그러면 난 안철수 뒤에 줄 서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는 진보라 생각하나 현명한 보수도 마다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어쩌면 조국교수가 말하는 진보노선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진 않을까? 그리고 이들이 항상 그렇진 않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 않을까? -물론 조국 교수가 많고 적음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니다. 자신과 다름을 얘기했다. 그어야 한다면 선을 긋는 것은 좋다. 허나 의문스럽다. 우리는 그들에게 여러 번 손을 들어줬는데 왜 그들은 항상 난 너희와 다르다 라고만 하는 걸까? 물론 다르다. 하지만 함께하자 왜 그러지 못하는가? 그건 왜 나중 문제인가? 물론 통합을 얘기하지 않는단 건 아니다 허나 방점은 항상 다르다에 있었다.-

안철수씨가 서울 시장에 출마할 의향이 있다는, 그 이유는 정치권과는 다른 행정의 수반으로서 뭔가를 바꿀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서 그런 생각을 했노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이랬다. 학교에 채 들어가지 않은 아직 혀짧은 소리를 내 는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해 줄 것이 많은 엄마들, 해체 되버린 아이들의 시간, 이 게 옳은 길인가 매일 자책과 회의에 빠져드는 나를 비롯한 학부모들, 그에 비롯된 교육비를 감당해야하는 부모들,, 이것이 나와 연결된 세상의 소식이었다.

내 가까이는 아니더라도 전해들은 소식은 이랬다.
누구 집 아이가 공부 좀 한다는데 그래서 어디든 좋으니 의대만 찾는다고, 괜히 적성 생각하다 과 선택을 소신있게 했더니 졸업하고 막막하다더라, 누구네 집 아빠의 형님이 이번에 정리해고를 당하셨다는,, 그 소식은 더 멀리의 신문 등의 매스컴에서 어렵지 않게 들리는 여러 소식과 맞닿아있었다.
얼마 전까지 한진 하면 떠오르는 것이 한진택배였던 아줌마이지만 이젠 한진중공업 김진숙씨가 떠오른다.한번 기회를 놓쳐 사회적 극빈자로 몰린 한 남자가 결국 서울역의 노숙자가 되었다가 서울역 새 단장에 쫒겨 났다는 얘기,,
먼 것 같지만 멀지 않은 내 주위의 현실인 것이다.

아직도 이런 현실이 끝나지 않았구나.
이제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언제부터였나, 노동해방운동이라 부르짖었다는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뤘다는데, 아직도 야? 민주화가 되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풀 수 없는 비정규직 문제와 재벌들의 권력, 이런 것들은 자본주의의 필요 악인 것인가,, 등등의 여러 가지 의문의 안개가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 이 안개는 내 입을 막는다. 한 때는 민주투사였고 지금은 각종 노동연구소 소장님 쯤의 직함을 가진 분 정도는 되야 뭐라 할 말이 생기는 걸까? 그래서 우린 또 다시 뭐라 해줄 말도 없고 자격도 없는 그런 소시민 자리에 끌어 앉혀 져야 하는가?

하지만 안철수씨의 시장출마 가능성과 오늘의 불출마 선언은 누가 누굴 만나서 메일을 주고받고 따위의 그간 경위가 없더라도 이해가 갔고 그의 결정을 존중 할 만큼 공감이 되었다.

그의 출마 의향은 갑갑한 현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나설만한 사람이 나서지 않으니 나라도 해야겠다는 양심선언과도 같다
한국의 대표적 지성인이며 그의 인생은 항상 공정한 룰과 정의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끝없어 보이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시장 출마는 그와 아주 딱 들어맞는 필연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기는 다른 문제였을 것이다. 그는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이 있어서 포기한다 했다. 그것이 왜 포기겠는가? 오히려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그의 포기 선언으로 아쉬운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일이 참으로 즐겁다 박원순 변호사와 안철수씨를 대결구도도 몰아가려는 언론에 잠깐 걱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곧 이은 안철수씨의 아름다운 포기는 마치 우리가 배운 교과서가 실현되는 적도 있구나 하는 이것이 매우 타당성 있는 사건의 흐름이란 생각에 유쾌했다.
안철수씨가 진보이건 보수이건 -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진보와 보수를 왔다 갔다 하니까-공정한 룰이 지켜지지 않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정의를 찾는 그가, 또한 그것을 실천할 충분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희망을 본다. 더 정확이 말하면 정의를 찾는 수많은 철수와 영희를 확인한 것에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품는다.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도 밥상을 차리는 영희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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