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1881 함께 읽는 교양 10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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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는 누구나 아는 철학자이다.
그 철학자와 축구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라고 생각했지만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였다.
축구라면 온 국민이 들썩이는 월드컵이나 볼 정도인 나도 그렇게 느꼈을 정도이니 축구광이신 분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첫 부분에서 철학과 축구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세심히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읽으면서 mbc 100분 토론이 생각났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승자를 가른다.
(사실 애초에 상대방을 설득하겠다거나 설득당하겠다고 생각하고 참여한 분은 없었지 않았나.)
거기에 응원단과 패널들이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매우 엄밀한 의미에서 집단을 인식할 기회는 상당히 드물다.
말하자면 축구 경기장은 시위에 참가하는 것처럼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육체적으로 느낄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25p


이러한 점에서 보면 토론이나 축구장의 열광적인 그 열기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제18회 독일 월드컵 결승전이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고 있다.


예를 들면, 지단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해설자와 관중의 태도에서 과연 우리가 정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단선수가 상대방 선수를 박치기 한 사건은 언론에서 한동안 떠들썩해서 기억이 난다.
당시의 초점은 지단의 행동이 옳고 그르냐 불법이냐 아니냐가 아니었고 어떤 욕설이었기에 지단이 박치기를 했냐였던 것 같다.
나도 그 욕설이 정확히 어떤 욕설이었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대부분의 의견은[ ‘상처로 깊이 남는 인종차별 욕설’과 ‘며칠 아프다가 낫는 가슴 박치기’ 뭐가 더 나쁜데?] 라는 것 같다.
철학자인 저자는 그 상황에서 심판들이 제대로 상황을 보지 못 했고 그로 인해 처벌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된 점을 지적하고 있고.
지단의 행동이 엄연한 불법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읽기 전에 한 번 그 경기를 보고 그 흥분 속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법규는 정의를 존재하게 만들지만 그 자체가 정의의 존재로 귀착되지는 않는다.
법의 엄격한 적용이 불의를 바로잡기보다는 불의를 심화시킬 때가 있다.]-154p
중국이 거침없이 공개처형을 해도 왜 음식물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법은 합법성(규칙의 존재)과 적법성(규칙의 적용) 사이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엄격한 합법성만 강조하게 되면 정의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심판에 대해 그는 역할이 부여한 적법성을 논한다.
[그는 역할의 적법성에 몰입하여 불의의 잠재적 원인을 잠재워 버린다.
그것이 바로 그의 임무가 가진 일체의 특성이다.
그 대신 심판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졌을 때도 옳다.]-156
판결은 잘못된 결정이라도 판결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 같다.


에필로그 1은 철학자들이 등장해서 한 판의 축구 경기를 펼치는 데 예술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쓴 '세상의 바보들에게'에서 나오는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생각나게 한다.


재미있고 재치있는 주제였으며 개인적으로 정의와 철학자조차도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는 시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유의 주체인 나는 시간과 같이 존재하므로 따로 떼어서 시간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많이 동감이 된다.
 

축구팬들의 뜨거운 열기와 철학의 깊이가 함께 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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