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베키 체임버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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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지겨워진 수도자 덱스,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싶다는 충동으로 시골을 돌아다니는 다도승의 길을 택하게 된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다도승으로서 명성을 얻던 덱스는 언젠가부터 전혀 못 잔 거 같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잊고 있던 혹은 잊으려고 했던 귀뚜라미를 다시 떠올린 덱스는 귀뚜라미를 찾기 위해 귀뚜라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하트스로브 암자로 여정을 시작한다.

야영을 하던 중 ‘모스캡’이라는 로봇과 마주친 덱스! 세상에 로봇이라니, 놀라움도 잠시 모스캡과의 불편한 동행이 시작되는데,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을까!

처음에는 귀뚜라미원정대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손에 안 잡히는 뭔가가 있다. 길의 끝에서 덱스와 모스캡은 무엇을 얻게 될까! 끝이 궁금해서 열심히 읽었는데, <2권에서 계속>을 마주했다?? 당장 주문하러 간다. 이런 서정적인 느낌의 SF 너무 좋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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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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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죽음 이후 잘나가는 사회부 유군기자에서 <월간 여성의 친구>의 계약직 기자가 된 마쓰다 노리오. 옛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해고 위기에 놓인 그는, 편집장의 권유로 심령 소재를 취재하게 된다. 계속된 허탕에 회의감을 가진 채 유령이 나타난다는 건널목을 취재하던 그는, 앞선 취재와는 다른 뭔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새벽 1시 3분에 걸려오는 의문의 전화. 마쓰다는 유령이 1년 전 건널목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피해자이고, 그녀의 신원을 파헤치며 그 죽음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

# 평소 좋아하는 소재인 괴담과 추리의 조합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던 책이다. 큰 기대감에 실망을 했던 적이 여러 번이라, 읽는 내내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진정하느라 힘들었는데, 맘껏 편하게 읽을 걸 그랬다. 최근 다녀온 여행으로 익숙한 지명 덕분에 현장감이 MAX여서 몰입이 잘되었고, 무엇보다 진실에 접근하기까지 마쓰다의 행적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 그토록 알아내고 싶었고, 결국엔 밝혀낸 건널목의 유령이자 신원미상의 여자. 결국 그녀는 마쓰다의 가슴 속에 남게 되었다. 통쾌하면서도, 시원하지 않은 결말을 곱씹어 보며, 가장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건널목을 바라보며 마쓰다가 기도한 바람이 이뤄지기를 함께 빌어본다.

# 『건널목의 유령』은 프링글스 같은 책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식은 없다. 손 대면 멈출 수 없으니, 바쁠 때, 자기 전 잠깐 펼치는 거 금지!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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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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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스티븐 킹의 신작 『나중에』를 읽어보았다! 매운 맛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순한 맛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시간만 있다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무튼, 나는 죽은 이들을 본다. 내가 기억할 때 부터 늘 그랬다.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그 영화와는 다르다."(p.24)

제이미는 죽은 이들을 볼 수 있다. 이 설정은 식스센스를 떠오르게 했는데, 읽다보면 식스센스와는 다르다. 어쩌면 '유령을 보는 아이'는 이제는 흔한 설정이다. 그걸 어떻게 풀아가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제이미가 모든 유령을 다 보는 건 아니다. 제이미는 막 죽은 사람의 유령과 길면 일주일 정도 교류할 수 있다. 그래서 조심하면 유령을 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삶이 어디 말처럼 쉬우랴!

제이미의 능력은 대체적으로 그에게 공포감을 선사하지만, 때로는 찡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중 초반에 제이미가 이건 공포물이니 잘 읽어보라고 한 거에 코웃음쳤는데, 나중에야 이건 공포물이다라고 끄덕이게 되었다.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지."(p.292)

개인적으로 『나중에』를 공포물로 전환시키는 대사였다. 제이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약간 그의 성장스토리를 응원하는, 약간 훈훈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갑작스러운 장르 전환에 놀라버렸다. 이것이 스티븐 킹인가!

"누구죠? 누군데요? / 나야"(p.340)

또 한번 나를 강타한 부분이다. 갑자기? 왜? 언제? 온갖 물음표가 떠오르며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중에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들이 너무 많다. 그치 제이미?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명언이 생각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놓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던 책이었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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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링 마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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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절』은 ‘종말’의 종말을 선언하며 시작된다. 새로운 서막이 열렸다고 말하지만, 줄어들 일만 남은 아홉이라는 숫자는 그 서막이 긍정적이지 않을 거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주인공인 캔디스는 출판 컨설팅 업무를 맡은 담담자로, 대형 출판사들의 의뢰를 받아 아시아에 있는 공장에 성경 제작을 발주하는 상품 코디네이터이다. 소설은 선 열병(Shen Fever)에 의한 종말 전후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코로나 전에 완성된 이 책은, 마치 현 시대를 미리 엿본 듯 지금의 모습과 닮아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졌지만, 선 열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

 

선 열병 감염자들은 마치 좀비와 같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뿐(문득 살인청부업자나 사이코패스와 같이 심상찮은 루틴을 가진 자들은 어떻게 되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지를 잃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치 이빨 없는 좀비랄까! 목적없이 행동만 반복하는 감염자의 모습이 일상 속 끊임없이 루틴을 반복하는 현대인, 특히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아 슬펐다. 『단절』은 작가가 시카고 눈사태로 교통과 직장이 마비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재난이 닥쳤을 때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90년대 장마로 홍수 났을 때 물길을 헤쳐 출근하던 한국의 직장인짤이 떠오르는 건 왜지)

 

책을 덮으며, 나는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활동이 제약된 요즘, 나는 집-회사-집을 반복하고 있다. 워커홀릭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외에 특별한 관심사도 없다. 고착화된 나의 루틴 속에, 소설 『단절』이라는 사건(?)을 끼워 넣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나만의 쳇바퀴를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을 위한 성장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단절』은 조너선 메이버리의 『시체와 폐허의 땅』을 떠올리게 했다. 진짜 좀비가 나오는 『시체와 폐허의 땅』과 함께 읽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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