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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평점 :
책 만들기의 기술!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언젠가 꿈꾼 적 있던 거창한 목표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눈앞에 닥친 시간을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일, 돈 관리, 체력 관리, 공부, 관계 맺기 등 해야 할 일들은 어렵기만 한데 우리는 즐거움까지 발견해야 한다. ‘더 잘’ 살아가려면 말이다. 『일상기술연구소』는 동명의 팟캐스트에서 만난 ‘일상의 천재들’이 전수하는 생활의 기술들을 카테고리 별로 묶었다. 진행자 제책임과 금고문은 보통(이라고 흔히 말하는)에서 살짝 벗어난 노선을 걷는 사람으로서, 일상을 영위하기에 조금 서툰 연구자로서 전수받은 기술들을 환대하고, 정리하여, 전달한다. 말로 하는 팟캐스트를 글로 쓰는 책으로 만드는 데에는 삶의 기술과는 또 다른 고민과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성을 가진 책, 『일상기술연구소』에는 과연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을지 생각해보았다.
1. 덜어내기
30개가 넘는 에피소드 중 글로 남겨 더 오래 지속시킬만한 가치 있는 기술들을 고르고 나머지는 덜어낸다. ‘보통 사람’ 대부분이 일상에서 어렵게 느끼는 것, 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몇 가지 기술을 습득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는 언제나 어려운 돈 관리의 기술, 내 몸을 알아가고 운동 자존감을 키우는 생활 체력의 기술, ‘검색 가능성’을 높이는 축적과 정리의 기술, 질리지 않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배움의 기술,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존중하는 함께 살기의 기술 등이 남아 독자의 일상을 응원한다.
2. 남겨두기
팟캐스트에서 각 에피소드의 진행 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 사이. 분량이 많아 두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꼭지도 있다. 얕은 곳부터 깊은 곳까지, 소소한 잡담과 인생철학, 인문학적 사유가 넘쳐나는 대담의 홍수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팟캐스트 내용을 줄글로 다시 쓰지 않고 대화를 풀어 적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절한 농담과 웃음을 살리면서 독자의 생활에 밀착 접근할 여지를 남겨두기. 그럼으로써 핵심 기술에 더 명확하게 접근하기 위함이 그 이유가 아닐까.
3. 휘발되는 말들을 붙잡기
‘책 만들기’의 핵심 기술은 휘발되는 생각과 말들을 효과적으로 가시화하여 붙잡아두는 것일 테다. 『일상기술연구소』는 그 방법으로 마치 수업시간에 노트 정리를 하듯이, 일상 기술자들이 전수하는 내용을 꼼꼼히 요약하고 정리한 ‘기술 핵심 정리’ 페이지를 만들었다. 바쁘다면 한 꼭지의 시작과 끝만 읽어도, 그 핵심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금고문의 말처럼 ‘말을 하는 것과 그 말들을 책으로 엮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말하기의 문법을 쓰기의 문법으로 변환하는 그 다른 일을, 『일상기술연구소』는 꽤 효과적으로 해냈다. 더 좋은 점은, 이 책의 방법론이 유효하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말에서 글로 전달하려는 내용이 내 시간을 내 것으로 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일상을 잘 영위하면 일도 잘 하게 된다는 것, 그리하여 더 잘 관계 맺고 ‘함께’ 살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일상기술연구소』의 핵심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