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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벽에 붙어 잤다 민음의 시 238
최지인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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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 <기쁨과 슬픔을 꾹꾹 담아>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미술관 구석의 햇살 들어오는 벤치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만가만 읽어주고 싶었다. 나랑 함께 없어져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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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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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_245쪽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권력의 위계가 존재할 때. 그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자가 가해자일 때 사회는 얼마나 비겁해지는가. 권력이 불러올 알량한 이익에 빌붙어 피해자에게 죄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낙인 찍는 일에 동조하는 자들은 얼마나 많은가. <베어타운>은 가해자에게 공감하고 그 편에 서서 피해자를 나무라는 데 적극적으로 동조한 이들이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나몰라라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 모두 공범이라고 말한다. 


"그 남자아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들은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말허리를 자르고 그녀가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퍼붓는다. 그녀가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는지 아니면 뒤따라갔는지. 자발적으로 침대에 누웠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블라우스 단추를 직접 풀었는지. 그에게 먼저 입을 맞추었는지. 아니라면 그가 입을 맞추었을 때 반응을 보였는지. 술을 마셨는지. 마리화나를 피웠는지. 싫다고 했는지. 분명하게 의사를 밝혔는지. 충분히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는지. 충분히 열심히 저항했는지. 왜 곧바로 멍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는지. 왜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티장에서 도망쳤는지."_323쪽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수십 건의 범죄에서 법적,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처벌받은 가해자는 몇이나 되는가. 가해자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ㅇㅇ녀 사건', 'ㅇㅇ대학에서도 터졌다. 연영과 A양 제보' 등의 기사 제목에 거리낌 없이 공감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는가. 피해자는 죄가 없다. 가해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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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VOSTOK 매거진 4호 - Lit-graphy : 사진 위에 적은 것들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부 지음 / 보스토크프레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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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선물 받은 보스토크 매거진 4호. 아름답고도 무용한 것들이 참 많듯이 잡지라는 매체 역시 예쁘기는 쉽지만 유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요즘 나오는 잡지들은 그 편견을 뒤집는 중이고. 보스토크는 예쁜데다가 내용이 알차고, 새롭기까지 하다. 이번 4호를 읽으며 폭 넓은 참고 서적들을 메모하느라 손이 바빴고, 감상에 젖어 잠시 책장을 덮기도 했다. 최근 읽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잡지.

 


+첫 장을 열면 사려 깊은 편집장의 말이 독자를 맞이한다.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구나. 독자의 노동 사정까지 생각하는 마음씨.

우리의 독자들 중에 잡지 한 권을 사기 위해 두 시간 이상의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분들이 많음을 모르지 않는다. 언제나 그 시간 이상 즐거워하시기를 바라며 잡지를 만든다.


+난 텍스트에 익숙한 사람이다. 사진과, 다른 콘텐츠의 결합에서 사진은 부산물 또는 조력자라고 생각해왔다. 나의 사진 읽는 눈은 그리 좋다가 않다. 평론가 신형철의 말처럼 취향이라 부를 것이 못 되는 보편적인 취향(?). 신형철의 글을 읽으며 앞으로 볼 사진들에서 새롭게 발견할 무언가가 생겼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뚜렷이 구분될 취향, 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사건성을 그 안에 품고 있는, 사건성 이전의 어떤 것. 그것을 일단은 ‘내면성’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겠다.…그 누구와도 같지 않을, 그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을, 그런 내면을 소유하고 있는 자의 힘. 비참해질수록 더 눈부셔지는 역설적인 그 힘을 찍어낸 사진들이 거기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반응했다.

 


+<사진언어의 자율성을 향한 역설적 시도, 사진소설> 코너가 매우 좋았다. 사진이 픽션이 될 수 있다면, 이라는 발칙한 의문. 사진이 서사를 가진 또 다른 장르를 만났을 때, 거기서 증대하는 비규범적 특성들. 우리가 사진의 잠재성에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사진가의 품에서 멀리 벗어나 버린 사진은 사춘기 아이인 양 제멋대로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사춘기 특유의 비규범성이 존재하듯이 여타 다른 장르와 결합한 사진은 비규법적 일탈 해위를 자행할 것이다.…품에서 버리고, 다른 장르와 만나게 하고, 그곳에서 즐기는 사진의 자율적 일탈을 관망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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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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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들기의 기술!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언젠가 꿈꾼 적 있던 거창한 목표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눈앞에 닥친 시간을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일, 돈 관리, 체력 관리, 공부, 관계 맺기 등 해야 할 일들은 어렵기만 한데 우리는 즐거움까지 발견해야 한다. ‘더 잘’ 살아가려면 말이다. 『일상기술연구소』는 동명의 팟캐스트에서 만난 ‘일상의 천재들’이 전수하는 생활의 기술들을 카테고리 별로 묶었다. 진행자 제책임과 금고문은 보통(이라고 흔히 말하는)에서 살짝 벗어난 노선을 걷는 사람으로서, 일상을 영위하기에 조금 서툰 연구자로서 전수받은 기술들을 환대하고, 정리하여, 전달한다. 말로 하는 팟캐스트를 글로 쓰는 책으로 만드는 데에는 삶의 기술과는 또 다른 고민과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성을 가진 책, 『일상기술연구소』에는 과연 어떤 기술이 적용되었을지 생각해보았다.

 

1. 덜어내기

30개가 넘는 에피소드 중 글로 남겨 더 오래 지속시킬만한 가치 있는 기술들을 고르고 나머지는 덜어낸다. ‘보통 사람’ 대부분이 일상에서 어렵게 느끼는 것, 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몇 가지 기술을 습득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는 언제나 어려운 돈 관리의 기술, 내 몸을 알아가고 운동 자존감을 키우는 생활 체력의 기술, ‘검색 가능성’을 높이는 축적과 정리의 기술, 질리지 않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배움의 기술,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존중하는 함께 살기의 기술 등이 남아 독자의 일상을 응원한다.

 

2. 남겨두기

팟캐스트에서 각 에피소드의 진행 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 사이. 분량이 많아 두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꼭지도 있다. 얕은 곳부터 깊은 곳까지, 소소한 잡담과 인생철학, 인문학적 사유가 넘쳐나는 대담의 홍수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팟캐스트 내용을 줄글로 다시 쓰지 않고 대화를 풀어 적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절한 농담과 웃음을 살리면서 독자의 생활에 밀착 접근할 여지를 남겨두기. 그럼으로써 핵심 기술에 더 명확하게 접근하기 위함이 그 이유가 아닐까.

 

3. 휘발되는 말들을 붙잡기

‘책 만들기’의 핵심 기술은 휘발되는 생각과 말들을 효과적으로 가시화하여 붙잡아두는 것일 테다. 『일상기술연구소』는 그 방법으로 마치 수업시간에 노트 정리를 하듯이, 일상 기술자들이 전수하는 내용을 꼼꼼히 요약하고 정리한 ‘기술 핵심 정리’ 페이지를 만들었다. 바쁘다면 한 꼭지의 시작과 끝만 읽어도, 그 핵심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금고문의 말처럼 ‘말을 하는 것과 그 말들을 책으로 엮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말하기의 문법을 쓰기의 문법으로 변환하는 그 다른 일을, 『일상기술연구소』는 꽤 효과적으로 해냈다. 더 좋은 점은, 이 책의 방법론이 유효하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말에서 글로 전달하려는 내용이 내 시간을 내 것으로 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일상을 잘 영위하면 일도 잘 하게 된다는 것, 그리하여 더 잘 관계 맺고 ‘함께’ 살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일상기술연구소』의 핵심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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