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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_245쪽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권력의 위계가 존재할 때. 그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자가 가해자일 때 사회는 얼마나 비겁해지는가. 권력이 불러올 알량한 이익에 빌붙어 피해자에게 죄인의 프레임을 씌우고 낙인 찍는 일에 동조하는 자들은 얼마나 많은가. <베어타운>은 가해자에게 공감하고 그 편에 서서 피해자를 나무라는 데 적극적으로 동조한 이들이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나몰라라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 모두 공범이라고 말한다.
"그 남자아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들은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말허리를 자르고 그녀가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퍼붓는다. 그녀가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는지 아니면 뒤따라갔는지. 자발적으로 침대에 누웠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블라우스 단추를 직접 풀었는지. 그에게 먼저 입을 맞추었는지. 아니라면 그가 입을 맞추었을 때 반응을 보였는지. 술을 마셨는지. 마리화나를 피웠는지. 싫다고 했는지. 분명하게 의사를 밝혔는지. 충분히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는지. 충분히 열심히 저항했는지. 왜 곧바로 멍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는지. 왜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티장에서 도망쳤는지."_323쪽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수십 건의 범죄에서 법적,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처벌받은 가해자는 몇이나 되는가. 가해자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ㅇㅇ녀 사건', 'ㅇㅇ대학에서도 터졌다. 연영과 A양 제보' 등의 기사 제목에 거리낌 없이 공감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는가. 피해자는 죄가 없다. 가해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