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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플랜 ㅣ 노블우드 클럽 3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이은주 옮김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아름다움도 현명함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저 맨몸뚱이의 영혼으로 돌아갈 뿐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네 번째 유괴 - 267p)
*네타가 있긴 하지만, 심한 건 없음. 고로 읽기 전에 읽어도 무방.
-줄거리(리뷰를 다 쓰고 나서, 아 이건 줄거리 없이는 이해 못하실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 씁니다)-
대리모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오다기리 요시에는 과거 자신이 낳아준 아이인 미와 토시나리가 어머니인 사키코에게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동적으로 그를 데리고 나와 버린다. 그 사실을 안 과거의 애인 다시로 고지와 그의 업계 형님이자 언더그라운드 카지노 점장인 아카보시 사토루는 조 류세에게 사태 수습을 부탁한다. 류세는 엄청난 유괴 계획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아버지인 치매 노인 야스오까지 가담해 독특하지만 단단한 결속을 자랑하는 팀이 전대미문의 계획을 시작한다. 하지만 도중에 트러블이 터지고, 완벽한 계획에는 끔찍한 해커의 개입으로 파괴의 낌세를 보이는데?
참고로, 이 소설은 렛츠리뷰 응모가 현재(2008.10.12.AM.01.08) 이루어 지고 있는 소설 '퍼펙트 플랜'과 같은 것이다. 신청하기 전에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
1.
야나기하라의 퍼펙트 플랜을 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완독했다.
산뜻한 분홍 표지는
"아, 난 당신을 몰래 사랑해왔어요."라는 대사가 첫판부터 나올 듯한 예감을 만들지면, 전혀 다르다. 저 장난감 같은 노랑색 말 위에 나열된 이상한 문자들은 무얼까? 정답은 책속에 있다(힌트: 트로이목마, 해커).
2.
책 뒷 소개에는 '
몸값 제로! 가로챌 돈은 5억 엔! 아무도 죽이지 않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다. 이건 범죄지만 범줘가 아니다!'라고 써져 있지만 이 멘트 만으로는 책의 내용을 다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이 소설에는
'온라인 거래, 해커, 대리모, 태아세포, 순간기억...... 최신의 아이템을 가득 담은 논스톱 유괴 미스터리!'에 '가족애家族愛'가 포함되어 있다.
3.
이 소설에는 즐거움이 있다. 내용이 너무 궁금하고, 전개가
드라마틱하다. 한 사람이 얽히면, 두 사람이 얽히고, 세 사람이 얽히면, 그들은 만난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킨다. 한 시라도 책을 덮을 수 없다(더더이 중후반부(절정)에는). 어떻게 그리 이야기를 꼬이게 만드는 지, 이들이 만나서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상당했다.
4.
그리고, 이 소설엔 이상하게
'공포'가 있다... 사소한 얘기지만, 나는 이 책을 혼자서 읽었는데, 절정 부분에 호적상으로는 유괴한 아이인 도시나리의 친엄마인 사키코라는 여자가 나온다. 반쯤 미친, 사회적으로 은폐된,
자폐아(-_-)같은 끼가 있는 여자인데, 이 여자가 너무 무섭게 그려졌다. 페이지 중, 한 구절이다.
'비에 젖은 유리창에 여자의 얼굴이 달라붙어 있었다. 눈장자 주위가 모두 흰자일 정도로 크게 벌어진 눈. 핏기 없는 뺨에는 어색한 미소가 그려져 이었다. 왜 이런 곳에 여자가......? 게다가 왜 이런 심한 폭풍우 속에서 저렇게 웃고 있는 거야? 유령?'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저절로 발끝을 가릴 이불이 필요했다. 꿈에 나올까봐 무섭게도, 등장인물 들은 집밖에 위치하는 저 여자유령 사키코를 집에 들이지 못하게 하려고 가구로 문을 막는 짓까지 했다.
5.
또, 맨 위의 멘트는 소설 후반부에 나오는, 소설 절정 부분의 후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저 멘트를 해석하려면, 이 소설에서 나오는ㅡ주인공 중 하나인 요시에가 자주 쓰는 단어인
'세상의 염리예토
: 흔구정토(欣求淨土)와 짝을 이룬다. 곧 더럽혀진 세상이 싫어서 속세를 떠나 이상적인 극락 세계에 갈 것을 갈망함을 이르는 말이다. 간단히 말해 더러운 속세를 떠남'라는 단어와 바다에 빠진 모든 것들이 마지막에 흘러오는 곳인 '사도의 바다'를 알아야 한다. 이는 무얼까? 굉장히 복잡해보이지만 결론은 하나다. "모든 것을 무로. 형태를 가진 것, 의지를 가진 것을 모두 말살하라.", 무정부주의적 시인인 요시에의 시중 일부분이다. 인간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그 어떠한 아름다움도, 현명함도 간직되어 올라가지 않는다. 인간이 올라가며 간직하는 건 오직 자신의 몸뚱아리뿐이다. 그 어떠한 것도 필요없으니, 모든 것을 무로. 형태를 가진 것,의지를 가진 것 모두 말살하라는 것이다. 즉, 사리사념을 버리고 자신이 살아갈 생의 즐거움을 위해
'정신적 풍요'를 찾아 헤매라는 내의가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요시에의 삶에도 그런 게 있다. 젊은 때에는 아름다움으로 남정네들의 마음을 간단히 앗아가지만, 30대에 이른 지금은 단순히 뚱뚱한 여자에 불과한 그녀. 젊은 때에는, 그런 걸 깨닫지 못하다가, 나중에 깨달은 것이다. 후에 요시에는 주인공 중 하나인 고지, 그리고 가오루 노인과 가족을 꿈꾼다. 참고로 요시에의 가족은 모두 죽었다.
6.
얼핏 보기에는, 이 소설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가벼운 소설로 생각된다(미스터리소설이지만). 온라인 거래, 해커, 대리모, 태아세포, 순간기억 등 요즘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가득 담았기에 이 소설은 그런 측면에서 더더이 빛이 났다. 물론, 이 퍼펙트 플랜을 그런 측면에서 감상해도 상관은 없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물론, 소설에 숨겨져 있는 수수께기를 풀어 해쳐나가는 재미로 읽는 것도 괜찮지만.
7.
가족애로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어 준 이 소설에게 별점을 매진다면 B+ 정도? 하지만
별 5개와 4개를 둔다면 5개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정말, 재미 하나는 끝내주는 소설이었다.
0.
(덧, 재밌는게, 노블우드02번(퍼펙트플랜은 로크미디어의 노블우드03번이다)의 <피보다 진한>을 번역했던 역자와 이번 퍼펙트플랜의 역자의 이름이 똑같이 '은주'라는 거다. 정은주, 이은주. 그리고 이 퍼펙트플랜의 역자의 업적이 너무 대단한데, 무려
바람의 검신과 봉신연의, 그리고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역했다는 것! 저런 엄청난 시리즈를 번역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