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15만부 기념 리커버) -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 근력의 힘
김주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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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육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의 신체가 운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듯이 회복탄력성도 훈련과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회복탄력성은 개인차가 있따. 마치 고무공과 유리공을 비교하듯이 작은 역경에도 부서져 잘 회복되지 못하는 사람과 객관적으로도 엄청난 역경속에서도 알찬 삶을 꾸려가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전신마비자인 서울대 이상묵교수, 고깃집 사장 류춘인, 사고를 당한 비보이댄서 우정훈, 무릎이하의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한 에이미 멜린스의 경우와 같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과 지금 얼마나 가졌느냐 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복탄력성은 대니얼 캐니만이 말한 경험자아와 기억자아중 기어자아의 문제다. 실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경험자아보다는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영역인 기억자아가 더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의 기억자아는 고난과 역경에 대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한국형회복탄력성검사(KRQ-53)는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으로 영역을 구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지조절능력 평균점수는 63.5, 대인관계능력은 67.8, 긍정성은 63.4점이다. 총합이 170점 이하라면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존재이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한다. 200점 이상이 되면 안심상황이고, 220점이 넘는다면 회복탄력성이 아주 높은 사람이다.

   자기조절능력은 감정조절력, 충동통제력, 원인분석력으로 세분할 수 있다. 자기조절 능력은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중지능은 8개의 독립적인 요소,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시각-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지능, 대인지능, 자기이해지능으로 이루어진다. 연구결과 어떤 분야에서 업적을 지닌 사람은 각 분야 지능과 더불어 자기 이해 지능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중지능 중 자기이해지능은 메타 지능으로서 감정조절력과 관련이 있다. 긍정적 정서를 가진 사람이 감정 조절력이 뛰어나고 업무수행능력과 문제 해결이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엘리스 아이센) 우리나라 사람들은 충동통제력 점수가 높았는데 이것은 긍정성과 자율성이 동반되지 않아 인내심의 발휘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참을성 교육을 받은 결과인 것이다.

   원인분석력은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문제에 대한 원인은 정확히 진단하는 능력이다. 마틴 셀리그만은 어떤 사건은 나의 믿음에 의해 해석되고 특정한 감정과 행동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즉 사건은 내 스스로 스토리텔링 한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좋은 일에 대해서는 개인성, 영속성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꼭 취직하고 싶은 회사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다음과 같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보람이 있어(개인성),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언제나 다 잘되었어(영속성), 내 인생의 모든 면은 다 제대로 되고 있어(보편성)

  회복탄력성의 두 번째 요소인 대인관계능력은 소통능력, 공감능력, 자아확장력으로 나뉜다. 소통은 인간관계와 상대에 대한 배려이며 감정과 사교지능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고적 말하기와 관계적 말하기의 균형맞춤이 일어나야 한다. 소통의 능력은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과 연습이 필요하다.

   소통은 또한 경험을 함께 해야 한다. 공동의 경험을 화제 삼아 사람들과 첫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 날씨, 드라마, 스포츠중계 등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소통은 자기제시의 형태이다. 자기제시를 통해 내가 원하는 인상을 타인에게 심어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자기 낮춤과 자기높임의 적절한 비율이 소통의 핵심이다.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유능함을 보이고 친한 사이에는 겸손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거울신경 때문에 공감하는 능력이 발달되어 있다.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수반되는 감정적 측면에 공감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에서 사물을 바라 볼 수 있는 능력이 쌓여야 인간관계의 기본적 능력이 된다.

   자아 확장력은 자신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정도이다.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으려면 나의 자아개념을 확장시켜 상대가 포함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긍정적인 뇌는 자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뛰어나게 되어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긍정정적인 정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행복의 기본수준 차이 때문이다. 행복의 기본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즐거움과 성취와 보람을 느껴야 한다.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하여 감사하기와 운동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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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년, 근대의 탄생 -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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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서문에서 대학시절 서점에서 싸게 내놓은 책 더미에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하면서 일어난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하여 강박적인 어머니에게 벗어날 수 있었던 루크레티우스의 시가 발견되기까지 궤적을 그리고 있다. 현 세계에서 아직도 주류인 기독교적 세계관의 형성과 그 대척점에 서있었던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이 어떻게 사라져 갔는가에 대하여 기술한다.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정점을 달리던 시절 그 세계의 한 가운데라 할 수 있는 교황청의 필사 비서였던 포조 브라촐리니는 수도원 한 구석에 묻혀져 있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함으로써 근대를 열게 된다.

작가의 자기고백,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픽션, 책 한권이 일으킨 사상적 영향력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보면 무질서하게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있다.

무질서하다고 했지만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일탈(swerve)이라고 부른 뜻밖의 방향으로

예측이 불가능하게 전개되는 사물의 움직임을 긍정했다(15쪽)

루크레티우스는 그 생애가 불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만년에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남아 있는 그의 유일한 저작이다. 쾌락주의 철학자라 불리는 에피쿠로스에 대한 찬양과

‘원자론’의 원칙에 따라 자연현상과 사회 제도를 설명한다. 또한 물질의 근원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영혼이나 신에 대한 잘못된 의견에 대하여 비판한다. 루크레티우스가 전하는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은 실재하는 것은 원자(아토마)와 공허(케논)뿐이며 이들의 충돌이나 상호관계로 인하여 이 세계가 형성된다고 보았다. 신들도 원자의 결합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런 세계관에 의하면 죽음과 더불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식이 없어진다. 그런 인생의 목적은 쾌락의 추구이다. 이때 쾌락은 명예욕, 금전욕, 육욕을 의미 하는게 아니라 자연적인 욕망을 말한다. 에피쿠로스는 쓸모없는 이야기만을 하는 모임, 필요이상의 먹거리를 피하고 미신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며 우애를 최고의 기쁨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 사냥꾼 칭한 포조 브라촐리니는 자신이 모셨던 교황의 실각으로 교황청 일자리를 잃게 되자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급하게 찾는 대신 독일의 수도원을 돌면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책을 찾아 필사하기 시작했다. 권세를 잃어버린 스크립토르에게 수도원은 서가의 문을 잘 열어주지 않았지만 1417년 독일의 론강 근처에 있는 풀다 수도원에서 그는 세계를 바꾸게 될 책을 발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필사본을 갖게 된 포조는 이탈리아에 있는 부유한 친구 니콜로 니콜리에게 필사본을 보냈다. 니콜리는 본인이 직접 다시 필사를 했다. 이 둘 필사본과 더불어 후에 남은 약 50권의 필사본들은 15세기 이후 나온 인쇄본의 기초가 된다. 니콜리의 필사본은 피렌체의 로렌치아나 도서관에 보관되어있다. 필사된 지 약 10년이 지나서야 포조는 이 책을 다시 손에 넣게 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키케로는 이 시를 두고 자신의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평했다.

“루크레티우스의 시는 네가 편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빛나는 천재성으로 가득하더구나.

그런데 예술적이기도 하더군.” (67쪽)

과학적이기도 하면서 문학적인 작품은 쉽게 만나볼 수 없다. 키케로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이 둘이 결합된 작품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읽기가 쉽지 않은 시이다. 또한 위험한 사상을 담고 있기도 했다. 특히 이 책이 발견될 당시는 신의 존재에 대한 언급은 아주 불온한 사상이기도 했다. 기독교도 였던 포조가 이 책에 대해서 절충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신에 대한 루크레티우스의 위험한 생각은 그가 구세주가 세상에 오기 전에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었다. 그가 말한 신이란 이교도 신앙을 의미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현대에도 어떤 영역본에는 ‘미신’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루크레티우스는 또 하나의 위험한 이야기도 하는데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입자들은 진공 속에서 움직이고 신도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즉 우주가 특별하지 않은 자연법칙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우주는 물질-기본적인 입자들과 그 입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모든 것과

만질 수 없는 비어 있는 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상에는 물질과 진공, 그 외의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235~236쪽)

루크레티우스는 이를 ‘일탈(swerve)’이라고 불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삶에서 입자들의 무작위적 일탈이 곧 자유의지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죽음 또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영혼이나 사후 세계는 무의미 한 것이다.

당신이 죽게 되면-즉 지금까지 서로 결합되어 당신의 형상을 이루고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던 입자들이 흩어져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면-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쾌락도 고통도 염훤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242쪽)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기독교의 사상적 박해를 딛고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상을 후대에 전하는데 성공했다. 포조 브라촐리니는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이 책을 세상에 내 놓음으로써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근대라는 시대를 열게 되었다.

마키아벨리, 브루노, 갈릴레오와 같은 사람들을 매료 시켰으며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 오는 사상적 흐름을 만들어 냈다.

지금으로 보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언급하는 과학적 사실들이 이제 친숙하며 일부 오류도 있다. 현대의 과학적 사실과 삶의 태도에 바닥을 다지고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 친숙함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핍박받고 자신의 삶을 희생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상의 핵심은 근대 과학 발전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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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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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겔의 책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독서가’라고 자부하는 작가답게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문학 속 인물들에 대해 재해석하고 있다. 그중에는 주연으로 자리매김하던 인물도 있으나 단역에 가까운 조연이나 나레이터도 있다. 망겔리 문학 속 인물들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보고 있는지 나타나는 부분이듯 하다.

돈키호테 속의 인물, 시테 아메테 베넹헬리는 뭐라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다. 세르반테스는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시테에게 들었노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망겔은 시테에 대해 세르반테스가 창작한 인물일 수 도 있고 무어인 추방령이 내려진 스페인의 어느 뒷골목에서 발견한 책을 지은 실제인물일 수도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탄압을 피하고자 설정한 인물 시테는 올바름에 대한 글을 쓰는 용감한 행위의 대변자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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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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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떠올렸다.

두 책은 몇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세계사를 사건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춰 에피소드로 엮어 냈다. 시간순서로 한 지역 또는 국가를 대상으로 쓴 역사서와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작가의 문학적 소양이 많이 들어 있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문학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듯이 그리스와 서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반면에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전쟁에 대하여 기록할 때 직접 전쟁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되도록 사실에 입각하여 건조하게 기술하고 있다. 두 책은 역사서의 두 갈래에서 헤로도토스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야 할 듯하다. 화려한 글 솜씨로 세상이 바뀌게 된 역사의 이면을 파헤쳐 독자를 긴장시키면서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베를린과 빈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한 작가다. 시와 단편 소설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졌고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깊은 성찰로 「조제프 푸세-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마리 앙투와네트」, 「메리 스튜어트」,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와 같은 전기를 쓰기도 했다. 나치의 탄압으로 영국과 미국을 전전하다 브라질로 망명한 후 부인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881년에 태어나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하기까지 그가 살았던 유럽은 ‘광기의 시대’라 할만 했다. 19세기말부터 느껴지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제국주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힙쓸었고 그 끝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의 막바지에 나타난 미국의 이상주의자 우드로 윌슨에 대한 츠바이크의 글은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소제목이 <윌슨의 좌절>이다. 츠바이크의 좌절이기도 했을 것이다.

비군사적이고 영구적인 미래의 평화를 이루어야한

제대로 된 평화를 쟁취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360쪽)

윌슨의 이상이었다. 현실의 적들은 전쟁에 패배한 독일이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 영토를 내놓고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평화보다 지금의 안락과 평안을 구하고 싶어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은 여러 방면에서 윌슨을 압박했고 미국의 정치인들고 그를 공격할 뿐 아니라 그의 참모들도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립되었다.

멀리서 수백만이 넘는 목소리가 그에게 버티라고, 뜻을 굽히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이 목소리들을 듣지 못한다. (중략)

그가 욕망과 증오와 무지로 똘똘 뭉친 권력에게 ‘안된다’라고 통고한다면,

이 말에서 얼마나 창조적 힘이 솟구칠지 예감하지 못한다.

자신이 혼자이며 최후의 책임을 떠맡기에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만을 느낄 뿐이다.(363쪽)

윌슨의 타협은 제2차 세계대전을 가져오게 된다. 동시대를 살았던 츠바이크로서는 안타까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나치의 등장으로 자신의 삶 전체가 흔들리게 되었을 때는 더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이 책은 1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 1927년 초판 때는 「세계사를 결정지은 워털루 전투」, 「괴테의 마지막 사랑」, 「황금의 땅 엘도라도의 저주」, 「죽음을 경험한 예술가」, 「남극 정복을 둘러싼 경쟁」의 5편이 수록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판되는 국가나 장소에 따라. 에피소드들이 보내지거나 누락되기도 하다가 1964년 독일, 피셔출판사가 14편이 모두 실린 「광기와 우연의 역사」가 나오게 된다.

이 에피소드들은 직·간접적으로 작가와 연결된 느낌이다. 특히 키케로, 괴테,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작가들의 운명, 사랑, 삶은 츠바이크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을 것이다. 에피소드의 맨 처음에 놓인 키케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색하는 인간은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리기 때문에 결정적 순간에 행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역사에서 이런 비극은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사색을 즐기는 창조적인간은 항상 다음과 같은 내부의 분열을 겪곤한다.

사색하는 인간은 시대의 어리석음을 다른 사람보다 잘 통찰하기에 그것을 시정하려 든다.

그 과거에 푹 빠져 있는 동안은 열정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싸우지만,

곧 그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기를 주저한다.

책임감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고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기를 꺼린다.(20쪽)

행동적이지 못한 지식인의 한계를 이야기 한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그이기에 키케로의 삶은 자신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서로 읽어야 할지 문학작품으로 읽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사실을 서술한 책이라기엔 너무 빼어난 문장들이 많다.

사색하는 인간에게는 공적인 삶,

즉 정치적 삶을 멀리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상가와 예술가는

야만과 교활함이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영역을 떠나

남들이 건드릴 수도 , 파괴할 수도 없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영역으로 돌아갈 수 있다.(11쪽)

노련한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키케로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술한 부분이었다. 이 책이 단순한 역사서가 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거침없는 그의 문장을 읽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사실이나 내용을 알아가는 만족감도 준다. 불운한 시대의 지성이 겪었을 고뇌와 갈등을 엿보는 기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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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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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엘런 버넷은 소설가로서 보다 극작가로 더 유명하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조지 3세의 광기>, <히스토리 보이스>등의 희곡을 썼고, <어느 멋진 날>, <조지왕의 광기>, <귀담아 들어라>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는 2007년에 발표되어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세계 삼 십여 개 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여기서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란 영국의 여왕을 가리킨다.

만년이 되어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진 영국 여왕을 가정하여 소설을 전개시켜 간다. 웰시코기를 키우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상처 입고, 검소한 생활 방식은 실재 여왕의 모습을 가져온 것이고 일부분은 작가 자신이 만든 이미지도 포함되어 있다.

옮긴이는 이 책이 책읽기에 대한 우화라고 이야기 한다. 주인공인 여왕이 서서히 책에 빠져들고 어떤 책 뒤에 다음에 읽을 작가와 책의 목록이 이어지는 과정은 책읽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여왕의 책읽기는 그냥 읽기에서 메모하는 독서로 나아가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나가는 단계로 발전해나간다. 또한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작품도 ‘독서의 근육’이 발전하고 나서 읽었을 때 쉽게 이해가 되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 갈 때는 기쁨을 느끼기까지 한다.

어느 수요일, 여왕은 개들이 짖고 있는 마당에서 이동 도서관 차를 발견한다. 운전사 허칭스와 주방에서 일하는 노먼을 만나고 책을 빌리려고 하자 자신이 어떤 취향의 책을 좋아하는지 모른 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특별한 곳에 관심을 쏟아서는 안되는 본분을 가진 여왕이 이동 도서관에서 빌린 책읽기에 관심을 두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왕의 책읽기는 시작부터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한다. 비서관인 케빈경은 여왕의 직무에서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를 하게 된다. 여왕 자신도 자신이 책에 몰두 하게 된 이유를 의아하게 여긴다. 즐거움보다는 의무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본분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사실 여왕은 답을 알고 있었다.

여왕은 노먼에게 말했다. “내 생각에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국민을 아는 것이 왕의 의무이기 때문인 것 같아.” (39쪽)

노먼에게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책에 몰두하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책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 하기 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39쪽)

책은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독자는 누구나 평등하다. (~)

익명이 되는 흥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흥분, 평범해 지는 흥분.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여왕은 이제 자신도 모르게 그 흥분을 갈망하고 있었다.(40쪽)

처음 책읽기의 재미에 빠진 사람들과 여왕은 하등 다를 바 없었다. 나아가서는 자신의 황혼기를 풍성하게 해줄 무언가를 발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있었고 마음에 드는 책도 발견하게 된 여왕은 읽기에서 메모로, 사색으로 발전해 나갔다.

여왕에게 독서란, 작가에게 글쓰기와 같은 의미였다.

즉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작가가 글을 쓸 숙명을 받아들이듯,

여왕은 책을 읽을 숙명을 인생의 이 황혼기에 받아 들여야 했다. (57쪽)

여왕의 독서에는 체계가 전혀 없었다.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에 따라 다음 책으로 이어졌고,

두 세권을 동시에 읽을 때도 많았다.

메모를 시작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그 뒤로는 늘 손에 연필을 들고 책을 읽었다.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은 그대로 베끼는 것이었다. (58쪽)

독서에 몰두하면서 여왕은 삶과 책 사이의 괴리를 깨닫게 된다. 독서는 인생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80세가 넘은 자신의 삶을 뛰어 넘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

여왕은 점차 자신의 삶과 경험이 독서에 도움이 된다고,

책은 읽는 이의 삶과 경험을 넘지 못한다고 느꼈다.(84쪽)

책읽기는 실천적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이 늘 문제였다.

여왕은 늙었지만, 여전히 실천가였다.(117쪽)

본분에 충실하고 실천을 중요시 하는 여왕은 결국 글쓰기의 단계까지 나아간다. 이전처럼 책을 많이 읽기 보다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더 많은 사색과 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확신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저 공책의 제목일지라도 뭔 가를 적을 때에는 한때

책을 읽은 뒤에 그랬던 것처럼 행복을 느꼈다.

단순한 독자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독자는 관람객과 마찬가지인 반면,

쓰는 것은 실천이며, 실천은 여왕의 의무였다.(118쪽)

책은, 아시겠지만, 행동을 촉발하지는 않습니다.

책은 대게 자신이 이미 하기로 마음 먹은 바를,

어쩌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기로 마음먹은 바를 확인 시키기만 하죠.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려고 책을 찾습니다. (131쪽)

이 책은 가볍게 쓰여진 문장 속에 번뜩 이는 지혜가 엿보인다. 80세의 여왕을 화자로 정한데는 인생의 노회함을 표현해 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작가 자신도 그 나이와 비슷하다. 아마도 작가는 책읽기, 공부, 글쓰기에 대하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유머를 섞어가며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효과가 있었다. 처음 책의 재미에 빠져든 사람과 책읽기를 계속 해온 사람 모두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니까.

말하자면, 책은 책으로 끝나는 겁니다.(131쪽)

이 말은 책 속에 빠져서 현실과 멀어지지 말라는 작가의 경고처럼 들린다. 자칫하면 현실 도피의 방편으로 독서를 선택하는 사람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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