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최근에 옛이야기의 화소가 현재나 미래의 판타지로 구현되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부터 강렬했기에 어떤 이야기일지 읽기전부터 궁금했다. 옛이야기를 SF로 재해석한다는 기획으로 다섯 명의 작가들이 우리들에게도 너무도 잘 알려진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 달님’, ‘장화홍련전’, ‘흥부와 놀부’를 맡아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했다.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이 작품이 흥미로우면서도 완성도 있는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깊고 푸른'은 정부고위로부터 인공 눈을 빼앗겨 눈이 멀게 된 아빠와 아빠의 눈을 구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공장에 나가 일을하고 인당수 타워에 내려갈 기술자가 된 청이의 이야기다. 작가는 옛이야기에서 순종적이고 희생적이었던 여성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로 재창조한다. 처녀를 제물로 삼았던 사람들에게 한 방 멋지게 날리고 청이는 세상을 구원한다. 별주부전을 모티브로하고 표제작이기도 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또한 클론으로 태어났지만 주인의 삶을 사는 소녀의 이야기다. 해님 달님 모티브로 만들어진 '밤의 도시'나 장화 홍련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 한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흥부 놀부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해석한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역시 그동안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입체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막연하게 착한 일을 했으니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현실에 반대하고 억압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잘 헤쳐나가리란 믿음을 준다.고전과 SF 결합이라는 시도자체만으로도 신선하였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과거와 미래가 만나 현재 우리 삶에 대한 성찰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배달룡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학교 짱이 되는게 꿈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어른의 눈높이에서 싸움 잘하고 아이들 괴롭히는 '짱'인줄 알고 꿀밤을 주었다. 하지만 배달룡 어린이는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짱이 되고 싶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의 딱지치기 소리에 교장실이 울린다. 고민하던 배달룡 선생님은 작정하고 딱지를 만들어 아이들의 딱지를 하나씩 딴다. 아이라고 봐주지 않고 진지하게 대결하는 배달룡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동안 생각하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짱의딱지치기 담임 선생님의 이름은 모르지만 교장 선생님의 이름을 아는 수진이도 신기한데 151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는 배달룡 선생님도 정말 대단하다. 아이의 잘못을 말하기 전에 먼저 잘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모습은 나도 본받고 싶다. #수진이의그림친구를 협박해서 영어숙제를 해오도록 하는 시우와 그런 시우가 좋아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동민이. 배달룡 선생님은 이 둘 사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시우의영어숙제 #동민이의전학살짝 힌트를 준다면, 배달룡 선생님다운 해결이었단 것이다. 배달룡 선생님의 아내 또한 정말 멋지다!다섯 번째 이야기 #짱의눈언덕 은 앞서 나왔던 모든 주인공들과 그들의 가족이 함께 등장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힘을 보태서 운동장에 썰매장을 만든다. 교장 선생님이 썰매시합을 하고 눈싸움을 하니 모두가 한데 어울려 뛰어 논다. 한바탕 놀다가 배달룡 선생님은 감기에 걸리고 수진이와 시우은 그림과 모과청을 가져와 교장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여러분 교장 선생님과 친한가요?교장 선생님 이름을 알고 있어요?이 질문을 받고 학창시절의 교장 선생님을 곰곰 생각해보았다. 교장 선생님의 성함은 커녕 생김새도 기억나지 않았다. 배달룡 선생님같은 교장 선생님이었다면 절대 잊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었지만 내가 어려워 다가가지 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학교 교장 선생님은 등,하교 시간에 늘 나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신다. 아이들이 자라면 교장 선생님의 이름이나 얼굴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반갑게 맞이해 주신 따뜻함만큼은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권위적이고 어렵다고 느껴졌던 교장 선생님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어우러져 노는 모습에서 유쾌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배달룡 선생님처럼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신나게 놀이하는 어른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너무도 귀여운 캐릭터 #우리동네꾹꾹도사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고양이의 꾹꾹이를 떠올리며 책장을 넘겼다. 콩이는 고민을 한가득 안고 산에 올랐다가 꾹꾹 도사를 만난다. 꾹꾹 도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친구들이 고민을 안마로 풀어준다. 동갑친구인 꾹꾹 도사와 신나게 놀다보니 콩이의 고민이 다 사라진다. 콩이는 꾹꾹 도사처럼 고사리 손으로 가족부터 친척, 반려동물, 인형까지 꾹꾹 안마를 해준다. 콩이는 우리 동네 제일가는 꾹꾹 도사가 된다. 내 손은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편안하게 해 줄 수도 있다. 사고뭉치 취급을 받던 콩이가 누군가에게 주는 기쁨을 알아가는 아이로 성장하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독후 활동지도 함께 들어있었는데, 나의 고민을 고민해결사 꾹꾹 도사에게 말해보는 활동이 특히 좋았다.
열 다섯 살 다래는 탐정이 꿈인 소녀이다. 여성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라는 설정도 참 좋았다. 다래는 주변에 대한 관심, 특히 작고 소외된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아이이다. 다래가 사는 아파트에서 살인을 저지르기 전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 학대가 벌어지자 다래는 며칠 전 이사온 이웃집 남자가 떠오른다. 이웃집 남자는 밤늦게 이사를 왔다. 혼자 살며 극도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린다. 남자의 집에서 여자를 위협하고 회유하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된 후, '검은 피'라고 불리는 살인범이 혹시 이웃집 남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열 다섯 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 집에선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소녀가 친구들과 힘을 합쳐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우리가 범죄 서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과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 사이에 쫓고 쫓기는 미스터리한 범죄사건의 비밀을 풀어가는 동안 지적 유희를 맛 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악인은 벌을 받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사회정의구현을 확인하는 점도 매력이라고 꼽을 수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살인'이나 '범죄'를 접하게 하는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이런 이유로 범죄수사물에 매력을 느낀다. 현실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는 아이들이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작중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다. 다래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겉만보고 사람을 판단하고 의심하지 말아야겠다는 것과 '함께'의 힘을 몸소 경험한다. 이 작품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이 앞으로 경험할 세상은 작품 속 세상보다 훨씬 더 부조리하고 잔혹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아이들은 선한 힘이 모이면 악을 이길 수 있다는 것과 정의는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난 지금 학대 받다 죽은 아이가 부럽다."생모의 학대를 받고 자란 20대 후반의 청년이 생모를 살해한 후 재판장에서 한 말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아동 학대을 당한 후,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학대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그들의 평범한 삶을 위해서 돌봐주는 위탁부모의 모습이 담겨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어 보호 아동이 된다. 그동안 우리는 학대 사실과 가해 부모에 대한 처벌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아동 학대가 초래하는 후유증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실제 2013년에 쓰여진 이 책은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고 그 해 제 11회 가이코다케시 논픽션상을 수상하였다. 책이 씌여진지 10여년이 지난 뒤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었다. 10년 전의 일본의 상황과 지금 우리 나라의 상황을 비교하며 읽어 볼 수 있었다. 학대 후 보호센터나 위탁가정으로 가게 된 아이들은 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위탁부모는 그 아이가 그동안 겪었던 고통과 분노, 외로움을 함께 이겨내야 한다. 아이들이 보이는 학대 후유증을 보며, 5~6명의 아이들을 위탁하여 만 18세까지 돌보는 이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유아기에 애착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이는 성장하면서 광범위한 장애를 초래해 발달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곳에 실린 아이들 대부분이 여러가지 장애를 겪고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장애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학대로 인한 후천적이라는 사실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사람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5장의 사오리이다. 학대 받은 아이가 자라서 부모가 되었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 지 한 개인의 경험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녀는 어려서 정서적 육체적 학대는 물론이고 성학대를 당했다. 자신이 한번도 돌봄이나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폭력을 되물림하며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도 연일 아동 학대 피해 아동들의 소식이 들린다. 한동안 들끓던 여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진다. 특히 생존한 아이들의 그 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학대 아이들의 '지금'에 주목한다. 과거에 학대받았던 아이가 아니라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을지 질문한다. 이제 더이상 일본의 특정 아이들의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 아이들을 치료해야 할까? 이 책의 패밀리홈 위탁 부모들의 태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