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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업무때문에 하루에 10대 일간지에 경제지, 지역신문까지 읽어야 하던 날들이 있었다.
내일 아니, 오늘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 같은 정치, 사회 뉴스를 넘어가면
그 뒤편에는 숨통을 틔여주는 문화 기사들이 있어서 좋았다.
신간 소개와 문학이슈를 다루는 기사들을 특히 좋아했다.
어느 날 조선일보 Book's 팀장의 편집자 레터에 다른 얼굴의 사진이 실렸다.
앳되보이는 여성 편집자는, 그 언론사의 첫 여성 출판팀장이랬다.
멋있었다. 그래서 그 편집자 레터가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두가 길었으니 많은 이들이 예상할 것이다.
『공부의 위로』는 그 여성 편집자가 쓴 신간이다.
그래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운명같이 서평을 쓸 기회가 생겼다.
책을 받아 후루룩 훑어보며 생각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책 안에 가득한 책이라니,
이것도 운명인건가.
휴직을 하고 1일 1강의 수강을 실천하고 있는 내 일상에
이토록 위로가 되는 책이라니 말이다.
『공부의 위로』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나, 공부를 통해 느낀 점을
잘난척하며 장황하게 서술하고 있는 에세이가 아니다.
공부를 왜 하는지, 하면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해야 서울대를 갈 수 있는지를 말하는 학습서도 아니다.
저자가 서울대를 다니며 4년간 들어온 전공, 교양 수업의 내용을,
자신이 어떤 공부를 해왔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우리에게 조근조근 말해주는 책이다.
그 과목에서는
어떤 교재를 보았는지,
어떤 내용을 배웠는지 같은 것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우리에게 전해준다.
일종의 교양 전달서랄까...
그리고 말한다. 이 공부들이 쌓아준 교양의 폭과 넓이가 자신에게 은은하게 끼쳐온 영향들을.
자신의 세계를 공고히 하되, 다른 세계가 틈입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교양의 매력을.
공부에 관한 자기계발서와 학습서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요즘,
공부를 제목에 걸어놓고도 공부 하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 책,
그냥 이런 공부를 했더니 이렇게 좋더라 하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책.
책을 통해 저자의 대학생활 4년 수업을 졸졸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지적 허영을 깨닫고, 나아가 그 허영을 채우고 싶은 욕심도 들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 나의 대학생활 4년,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논 것도 아닌 어정쩡했던 시간들.
어차피 잘 노는 건 능력이 안되는 일이란 걸 깨달았으니,
그 때 못 채운 교양을 20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열심히 채워보려는 나의 무의식 같은 것이
내가 지금 이렇게 공부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이렇게 기쁘게 읽게 만든 건지도.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나 같은 사람도 참 많더라.
뒤늦게 공부에 재미 붙이고 자기 신세 들볶는 사람들.ㅎㅎ
그런 사람들이 『공부의 위로』를 많이 많이 함께 읽어줬으면 좋겠다.
함께 위로받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