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에게 창비청소년문학 142
주민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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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으로 서평단 신청을 했다. 그것도 가제본인 신작의. 

받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거기에서 권력의 맛을 느끼다니 변탠가. 


 

읽는 시간은 단숨이었다. 거의 한 번에. 이제 첫 서평을 여기에 남기려고 한다. 


이 작품 속에서의 길이야기는 삶의 길과 유사하다. 

그 길은 모든 어른들이 죽어버린, 화자의 말을 빌리면 ‘망한 세상’의 한복판에서 시작한다. 생존으로의 시작이었다. 언니의 손에 이끌려 할머니 집이 있는 복고마을을 향해 떠나지만 자매가 다 그렇듯이 싸우고 갈라지게 된다. 어른들이 지어두었던 지하벙커가 있는 그 도시는 네버랜드가 될 것 같았다. 모든 것에서 우월했던 언니가 없자 자신의 장점을 발견한 화자는 언니가 없는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결국 재난을 대비하지 않은 그 벙커도 망한 세상 속에서 다시 한 번 무너지며 망한다. 천만다행으로 혹은 어떤 이끌림으로 다시 언니를 만나고, 할머니 집을 향해 떠난다. 망한 세상에서 새로 진화된 존재가 나타난 것 같았던 원더랜드, 그곳을 지나며 일행을 잃는 상실을 겪고, 마침내 도착한 할머니집 복고마을 앞에서 지금까지 오직 생존만을 향해 달려왔던 여정의 끝을 맞는다. 아니다. 새로운 미래를 만난다. 온갖 고난을 겪으며 생존만을 향하던 길은 삶이란 생존 이상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생존의 끝에는 결국 죽음뿐이야. 다른 결말은 없어.”   

변하지 않을 진리이기에 난 화자의 이 말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2부 네버랜드 

“어른들도 이랬을까? 환경이 변하고, 해수면이 올라가고,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며 기후가 바뀌고, 한 해 동안 극단적인 온도가 오가는 것에 이렇게 익숙해졌을까? 당장 죽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파멸의 조짐을 무시했던 거야.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오늘도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라고, 지금 삶의 방식대로 계속 살 수 있을 거라고 다 같이 눈과 귀를 막았던 거야. 

기후가 변하고 환경이 파괴되는 조짐을 봤지만 변화 없이 살아간 어른들처럼, 종말이 피할 수 없이 닥쳐올 때까지 살던대로 계속 살아간 사람들처럼.” 

 

편지로서의 서술하는 방식은 읽기 편하게 한다. 그래서 끝까지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어른들의 환경에 대한 무심함, 방관, 이미 망한 세상이라 칭할 때는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아 상당한 죄책감이 느껴졌다. 계속 질책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이면 새로운 위기가 닥쳐와 책을 손에서 놓을수는 없었다. 어떤 부분에선 이 재난을 겪고 나서의 진화된 인간이 탄생하지 않나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하지만 허상이었고, 그것은 인간이 나약할 때 발현되는 이면에 불과했다. 어딜가나 현혹이 존재한다. 



4부 생존의 끝 

“나는 알아. 체육관에서 내가 잃어버린 주황빛 나비를 영조가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가 미약하게나마 이어져 있다는 걸. 내가 마침내 포기할 때, 더는 나아갈 수 없다고 느낄 때, 오래전 내 소꿉친구였던 살마은 돌아올 거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가볍게 산책을 하자는 듯 나를 끝으로 인도할 거야. 자신이 나의 죽음의 천사인 것처럼.”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이지만 영조는 주인공의 자아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약해질 때면 찾아오는 유혹. 삶을, 혹은 어떤 것이든 종료하고 싶게 하는 유혹의 형상화. 그렇기 때문에 영조는 단번에 뿌리칠 수 없는 존재이고, 뿌리치지 못했다. 영조를 대하는 화자의 태도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4부 생존의 끝 

“나도 알아. 사는 게 끔찍하다는 거.”

어린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말을 언니는 계속 이어 갔어. 

“힘들고 구질구질하고 더럽고 견딜 수 없는 거, 살면서 고통을 아주 피할 수 없다는 거 알아. 지금까지 세상에 난 사람 누구도 고통 없이 살지 않았을 거야. 막 태어난 아이들도 울어 버리잖아.” 

언니는 계속 말했어. 각오한 것처럼 타오르는 눈으로 말을 내뱉었어. 

“하지만 살다 보면 몰랐던 기쁨과 행복도 만나게 돼. 지금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즐거움이 있을 거야. 결코 사랑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보다 소중해지고 몰랐던 너 자신을 알게 될 거야. 누구도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미래를 완벽하게 알 수 없어. 그래서 누구도 미래를 쉽게 버릴 수 없어.”


모든 언니에게 바치는 연서일지도. 

그러나 언니라고 해서, 먼저 그 길을 갔다고 해서 아는 건, 확신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피차일반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고. 먼저 살아가고 있는 세대로서 이제 그만 죄책감을 덜어보려고 변명을 해본다. 그저 지금할 수 있는 걸 할 뿐이라고. 

나는 과연 이 불안하고 죽음이라는 결말이 뻔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나아가라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도 불확실한 것을 향하여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이번에는 본인의 결심으로. 자발적으로. 

 

“내가 살아온 세상이 대다수 어른들이 책임지지 않은 결과였다면 이제 네가 살아갈 세상은 내 책임이야. 

그러니 배낭을 메고 걸어가야지. 

내 앞에서 먼저 걸어가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길을 걸어가다 어느 날 뒤를 보며 말해 줄 수 이쎄. ‘조심해, 여기 구덩이 있어’ 

이제 내가 네 언니니까.” 

 

결말에 있어서는 나는 좀 불만이었다. 여기서 그려진 미래의 원인을. 더 훗날의 주인공 생각이 중간에 표현되었기도 했기에 그 이후가 궁금했다. 그러나 다시 곱씹어 보다보니 알게 되었다. 원인은 현재의 우리에게 있고, 미래는 어차피 알 수 없을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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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문제인듯
읽고 싶어도 좀처럼 읽히지가 않아요.
어려운내용으로 만드네요.
읽어야할 가치가 충분하지만 그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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