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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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 작가의 SF 소설 <삼체>를 모두 읽었다.

“그런데 그 암흑의 숲에 인류라는 멍청한 아이가 있었어요. 옆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엉엉 울며 외쳤죠.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다고요!‘”

“누가 그걸 들었어?”

“당연하죠.”

인간과 삼체 문명 이야기는 2권 제목이기도 한 ‘암흑의 숲’ 우주관에 비하면 자그마한 이야기다. 우리는 무한한 우주에 인류만 존재할 리 없다고 보고 인류에 대한 정보를 담은 골든레코드를 보이저 2호에 실어 태양계 밖을 향해 보냈다. 전자파를 발신하는 등 그 밖의 여러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선량하고 우호적인 외계 존재와의 공존을 꿈꾸며.

<삼체>의 우주에서 인류는 결코 외롭지 않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행위였는지 실감 나게 묘사된다. 우주적 위기와 공포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개인과 인류 차원을 오가며 그저 생존하는 것이 전부인지 읽는 이의 마음을 계속해서 뒤흔든다. 낙관과 비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류 생존 서사로 평이하게 흐르지 않는 점이 좋았다. 거짓말, 기만, 계략의 개념이 없던 삼체인이 인류와의 교류를 통해 이를 학습하고,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룬다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

책에 빠지게 된 순간을 사진처럼 기억한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 맨 뒤의 학급문고. 내 키만한 낡은 나무 책장과 그보다 더 낡은, 사실은 폐품으로 내려고 가져 온 것 아니었을까 싶은 너덜너덜한 책들. 쉬는 시간마다 책장 앞에 깔려 있던 알록달록한 놀이방용 매트리스에 주저앉아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을 다 읽었다. 처음 꺼내 든 게 조지 웰즈의 <우주전쟁>. 그 다음 책이 <은하계 방위군>. 다 헤진 제본과 그 당시로서도 올드했던 표지, 누렇게 변색된 종이와 오래된 책 냄새가 - 옛날 책인가?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 부르며 아이들의 성장에 해롭다 여기는 풍조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독서가 즐거운 적이 없었다. 책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건너가서 살다 오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현실 너머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세계관을 자아내는 상상력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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